'분노와 망상' 21살 콜로라도 총격범은 왜 잔혹극 벌였나
"화 잘 내고 피해망상 이상행동" 가족·친구 전언
이슬람 혐오·인종 차별에 반감…"극단주의 증거는 없어"
경찰. 범행 단서 파악 주력…"총격 동기 언급은 시기상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아흐마드 알리사(21)의 범행 동기에 경찰의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경찰은 알리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뒤 그가 왜 대량살상 범죄 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알리사는 범행 엿새 전 총기를 구매하는 등 사전에 준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총격 현장에서는 돌격용 반자동 소총을 사용해 잔혹하게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리사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분노를 자주 표출했고, 피해망상에 시달린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알리사는 2017년 콜로라도주 알바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급우를 심하게 때렸다.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을 놀리고 인종차별적 호칭을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 사건으로 3급 폭행 전과자가 됐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분노 조절 치료 명령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고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뛴 적이 있는데 이때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알리사와 함께 레슬링팀에 있었던 에인절 허낸데즈는 AP통신에 알리사가 경기에서 지자 욕설을 퍼붓고 모두를 죽이겠다고 소리친 적이 있다며 이 일로 그는 팀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허낸데즈는 "알리사는 쉽게 화를 내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며 "일단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이 됐고, 그 시점에서는 어떤 것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알리사의 형은 그가 반사회적이었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렸다면서 총격의 동기는 정신 질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알리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슬람 혐오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혐오자들과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본인 핸드폰을 해킹하고 있으며 그것은 인종차별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벌였을 때도 그는 "무슬림은 총격범 한 명에 따른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슬람 혐오 산업 전체가 낳은 희생자들이었다"는 내용의 글도 공유했다.
다만, 알리사의 페북 글을 분석했을 때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들 진단도 나왔다.
온라인 테러감시단체 '시테 인텔리전스 그룹'은 알리사의 페북 게시물에 "급진적이거나 극단주의적 견해"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수사당국은 알리사가 거주지인 알바다에서 45㎞ 떨어진 볼더 식료품점으로 이동해 총격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