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권 등 세 번째 제한조치 첫날…"큰 차이 모르겠다"(종합)
수도권 탈출 움직임…마크롱 "이번 조치는 봉쇄 아냐" 설명
봉쇄 전날 파리발 기차표 매진, 지방행 고속도로 400㎞ 교통체증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솔직히 아직은 뭐가 바뀐 지 모르겠어요. 몇몇 상점들이 문을 다시 닫아야 하고 나갈 때마다 이 우스꽝스러운 양식을 채워야 한다는 것 말고는 말이에요."
프랑스 파리에 사는 베아트리스(28)는 정부가 20일(현지시간)부터 수도권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지역에 적용하는 추가 제한조치가 가져온 차이를 아직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한조치 시행 첫날 오전 일찍 식료품점으로 장을 보러 갈 때 이동확인서를 신분증과 함께 챙겨나가야 하는 게 번거롭기는 했지만, 아무도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낮이 되자 평소에도 인파가 몰리는 센강변과 생마르탱 운하 등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공원과 정원에는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벤치와 바닥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이날 오후 파리 도심에서는 경찰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포괄적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경찰 추산 3천500여 명이 운집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봉쇄"라고 부르지 않는 이 조치는 파리를 포함하는 일드프랑스 광역주 전부와 북부 릴을 중심도시로 삼는 오드프랑스 광역주 일부 등 총 16개 주에서 4주간 시행된다.
프랑스 인구 3분의 1가량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거주지 반경 10㎞ 이내로 이동을 제한하고 옷·가구 가게와 같은 비필수 상점들의 영업을 중단하는 게 이번 조치의 골자다.
오전 6시∼오후 7시 사이에만 밖에 나갈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외출이 제한된다. 지역 간 이동도 긴급한 사유나 업무상 이유가 없다면 금지된다.
정부는 애초 낮이건 밤이건 외출할 때마다 사유를 적시한 이동확인서를 소지해야 한다고 공지했다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고 이를 간소화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낮에 10㎞ 이내로 움직일 때는 필요 없고, 10㎞ 이상을 여행할 때만 이동확인서를 가지고 다니도록 했다. 밤에 외출할 때는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했을 때부터 사용해온 이동확인서 양식을 채워야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만큼은 주거지 반경 10㎞ 안에서 시간제한 없이 밖에 머물 수 있도록 한 점은 지난해 프랑스 전역에 두 차례 내려진 봉쇄와 가장 크게 다른 대목이다.
경제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수도권만큼은 봉쇄를 피하고 싶었던 정부가 고심 끝에 고안해낸 조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가두지 않으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자면 봉쇄라는 용어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정부가 이번 조치에 "추가 제한 조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봉쇄"로 받아들이는 프랑스인들의 수도권 탈출 움직임을 막지는 못했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전날 파리에서 출발해 제약이 없는 서부, 남부, 동부 지방으로 가는 기차표가 대부분 매진됐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전날 정오 무렵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해 한때 교통 체증 구간이 400㎞를 넘어섰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문을 열지 않는 샹젤리제 거리의 여러 의류상점 앞은 '마지막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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