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부부에 "중국으로 돌아가라" 욕설 미 여성은 거물정치인 딸
모이니핸 전 상원의원 딸이 대낮 뉴욕서 인종모욕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뉴욕 한복판에서 한인 부부를 모욕한 백인 여성이 거물 정치인의 딸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WABC방송과 피해자 마리아 하(25·한국명 하수민)씨의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1시25분께 뉴욕시 맨해튼에서 한 백인 여성이 하씨에게 얼굴을 들이밀더니 "넌 여기 출신이 아니다. 공산주의 중국으로 돌아가라 XX야"라고 외쳤다.
충격을 받은 하씨가 집으로 돌아가 남편 댄 리(31)씨를 데리고 나오자 택시에 타려던 이 여성은 자신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하씨 부부는 이 여성을 만진 적조차 없다고 전했다.
1차 언쟁이 끝나고 하씨 부부가 물러서자 이 여성은 택시 창문을 내린 뒤 "공산주의 중국으로 돌아가라 XX"라고 다시 한번 외쳤다.
택시 밖에서 촬영하던 남편 이씨가 "인종차별적인 그 말을 다시 해보라. 공산주의 중국이라고 했느냐"고 묻자, 백인 여성은 "그래. 그곳이 너희들의 고향 아니냐"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논란이 확산하자 지역 언론은 추적 끝에 이 여성이 고(故)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 상원의원의 딸인 모라 모이니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이니핸 전 의원은 뉴욕을 기반으로 24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고 주유엔 미국대사와 주인도 미국대사를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확장 리모델링 후 올해 초 개장한 뉴욕 펜스테이션 기차역도 그의 이름을 딴 '모이니핸 기차역사'로 명명될 정도로 뉴욕에서 명망이 높다.
모라 모이니핸은 WABC에 하씨 부부와 택시 문제로 다툰 것이라며 "인종주의나 반(反)아시아계 편견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생 아시아인들과 함께 일했고, 특히 공산주의 중국으로부터 고통받는 티베트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일했다"고 덧붙였다.
모이니핸은 하씨 부부와 만나 오해를 풀고 싶다고 밝혔으나, 하씨는 "그가 말한 것은 사과가 아니다. 만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남편 이씨도 WABC에 "너무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면서 "난 미국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여기서 살았다. 그런 내게 공산주의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심각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에는 뉴욕 모이니핸 기차역사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청원운동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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