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표현 삼가는 정부…"대량 제한 조치", "감금 없는 제한"
파리 포함 16개주 한달간 주거지 반경 10㎞ 안에서만 이동 가능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수도권에 세 번째 이동제한조치를 내린다는 발표가 나오자 기차표 예약 사이트가 분주해졌다.
사전에 예약해놓은 표를 취소하려는 사람들과 파리가 봉쇄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조치에서 자유로운 다른 지방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철도공사(SNCF)는 파리에서 19일 출발하는 고속철 테제베(TGV)와 위고(Ouigo) 예약이 전날보다 두 배 늘어 표가 거의 매진됐다고 프랑스앵포 라디오에 밝혔다. 예약 취소는 9배나 증가했다.
최근 몇 주 동안 금요일에 파리를 떠나는 열차의 객석은 60∼65% 정도만 차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는 게 SNCF의 설명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행선지는 보르도, 리옹, 마르세유, 렌, 낭트 등으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서부 브르타뉴와 스페인 바스크 지방으로 가는 기차도 만석이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좌석이 남아있더라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려면 열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프랑스 동부와 남부를 향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파리 리옹역에는 이날 대낮에도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거나,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직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은 스키 장비까지 바리바리 싸든 채 열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지난해 겪었던 두 차례 봉쇄를 생각하면 이번에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내려진 조치는 상당히 유연한 편이다.
예를 들어 1차, 2차 봉쇄 때에는 1시간 동안 주거지 반경 1㎞ 안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오후 7시 전에는 시간 제한 없이 집 근처 10㎞ 안에서 외출이 가능하다.
다만, 매번 밖에 나갈 때마다 이동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지역간 이동은 긴급한 사유나 직업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번에도 금지된다.
작년에는 비필수 상점으로 분류돼 장사할 수 없었던 서점, 음반 가게, 미용실 등은 법령 개정으로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
장 카스텍스 총리와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감금'(confinemen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베랑 장관은 특히 이번 조치가 바깥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과거 봉쇄 조치와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이번 조치를 "대량 제한 조치", "감금 없는 제한" 등으로 불렀지만,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새로운 감금", "재감금"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20일부터 파리를 포함하는 일드프랑스 광역주 전부와 릴을 중심도시로 하는 오드프랑스 광역주 일부 등 총 16개 주에 4주동안 이동제한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경제 활동이 집약된 일드프랑스에 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왔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다른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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