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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한국기업 인도 시장 뚫기…맞춤형 전략으로 소비자 감성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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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한국기업 인도 시장 뚫기…맞춤형 전략으로 소비자 감성 흔들어
현대차, 열악한 도로 고려해 지상고 높여…삼성전자, TV에 사무 기능 추가
LG전자는 와이파이 세탁기 출시…아모레퍼시픽, 헤드마사지오일 제품 개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외국 기업에 인도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쉽게 넘보기 어려운 시장이다.
13억8천만명의 거대 인구를 보유한 신흥 시장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로 등 열악한 인프라, 통관 등 까다로운 무역 장벽, 복잡하고 번거로운 서류 절차, 다양한 문화와 카스트 그리고 이에 따른 기호 차이 등 여러 이슈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인도에 진출, 자동차, 가전, 모바일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화장품, 식품 등의 분야로 진출 폭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그간 시장 공략에 성공한 한국 기업 대부분 기발한 '맞춤형 전략'을 가동했다.
다른 나라에서 통한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파는 게 아니라 인도 문화와 소비자의 입맛을 철저하게 연구한 후 '현지형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는 현대차다.
1998년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는 현재 연 75만대 생산 규모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고객 요구와 정부 정책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인도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글로벌 낙후 모델이나 후진국형 저가 모델을 주로 출시하던 기존 자동차 업계의 관행을 깼다.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한 전장 4m 미만의 인도 특화 소형차 등 10개 모델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소비자의 높은 교육 수준, 실리적 소비 패턴 등을 참작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성능의 경우 가족 중심의 인도 문화를 고려해 경차임에도 뒷좌석 공간을 최대한 더 늘려 잡기도 했다.
도로 관리가 부실하고 우기 침수가 잦은 점을 고려해 차체 지상고를 약 2㎝ 올렸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점을 참작해 전략 모델에는 실내 공기청정기능도 추가했다.
컵 홀더는 인도 생수병 크기에 맞춰 제작됐고 힌두교 신상 등을 차에 배치하기를 좋아하는 인도인의 성향에 맞춰 이를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음악을 유달리 좋아하는 인도인을 위해 TV에 음악감상에 특화된 사용자환경(UI)을 적용했다. PC 보급률이 낮은 현실을 겨냥해 TV로 프레젠테이션, 워드 등 사무 업무가 가능하도록 부가 기능을 추가했다.
저가폰 사용자를 위한 데이터 백업 기능과 인도인 특유의 영어 억양을 인식하는 기능 등을 전 스마트TV에 탑재했다.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는 인도인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와 관련된 기능을 냉장고 전 라인업에 적용했다.
전기오븐에는 인도식 향신료인 마살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능과 난 등 현지 빵을 구울 수 있는 기능이 접목됐다.
휴대전화의 경우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면 착신이 금지된 채 자동으로 운전 중임을 알려주는 'S-바이크 모드' 기능 등이 추가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에게 끊임없이 전화해 귀가 시간을 물어보는 인도 가족문화를 관찰한 끝에 운전자의 안전과 가족의 염려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마련한 것이다.


5가지 모드로 전기료를 줄일 수 있는 에어컨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선보였다.
LG전자는 전력이나 물 공급이 불안정한 인도 환경을 고려해 와이파이가 장착된 세탁기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출 중에도 와이파이를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세탁기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화장품도 여러 모델이 인도 전용으로 개발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여성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일을 사용해 헤어 관리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후 '헤드마사지오일' 제품을 인도 전용으로 출시했다.
인도 여성이 선호하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눈 화장 제품 '까잘'도 별도로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인들이 작은 용량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설화수 윤조에센스, 라네즈 립슬리핑마스크 등 기존 제품의 용량을 3분의1 가량으로 줄인 전략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히는 식품 시장 진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인도 식품 시장의 경우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채식주의자를 공략하려면 식품 성분을 재구성해야 하고 이와 별도로 까다로운 포장 관련 수입 규정도 지켜야해 한국 업체가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식품 유통업에 종사 중인 박의돈 전 재인도한인회장은 "제대로 현지에서 판매하려면 채식 식품 개발이 필수"라며 "최근 한국 기업들의 노력 덕분에 김치, 라면 등 인도 시장 전용 채식 제품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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