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선두주자 남아공
'1급 변이 사냥꾼' 드 올리베이라 등 연구진 협업·유비무환 돋보여
코로나 안 걸리는 비결 "통풍 잘하고 잘 웃고 하루 25번 손 씻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 한국, 미국 등 최소 40개국에 퍼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내에서도 남아공발 입국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은 역설적이게도 세계적으로 2차, 3차 감염파동을 주도하는 변이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항한 글로벌 싸움에서 새로운 변방이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영국발·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맞춤형 백신 개발이 한창이다.
남아공은 일찍이 자국 내에서 퍼지기 시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파악해서 영국에 통보한 결과, 영국도 자국 내 새로운 감염을 주도하는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자부한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2차 감염 파동의 정점을 지났다는 발표와 함께 변이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자국 연구진이 "유전체학 분야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선구적 연구에 참여했다"고 상찬했다.
현지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데이는 지난 17일 이와 관련, 남아공에서 '바이러스 사냥꾼'으로 알려진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교수 겸 콰줄루나탈 연구혁신·시퀀싱플랫폼(Krisp) 국장의 이야기를 실었다.
브라질 태생으로 22년 전 같은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으로 건너온 드 올리베이라 국장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연구'로 남아공을 변이 바이러스 연구의 선두 주자로 올려세운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 받는다.
드 올리베이라 국장이 이끄는 Krisp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01Y.V2'로 알려진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특히 501Y.V2가 수십 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동안 'Sars-CoV-2'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었다.
남아공 연구진의 발견 후 멀리 떨어진 영국과 브라질에서도 당시 치솟고 있는 감염 사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다른 변이의 진화에 대한 글로벌 추적이 촉발됐다.
수주 내로 과학자들은 영국에서 'B.1.17' 변이를, 브라질에서 'P1' 변이를 각각 확인했고 이 둘은 다 남아공 변이와 핵심 돌연변이를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드 올리베이라 국장은 신종 바이러스를 염기서열 분석하는데 광범위한 경험을 가진 전세계 소수의 과학자 그룹에 속한다.
그는 지카, 뎅기열, 황열병, 치쿤구니야(뎅기열과 비슷한 질병) 등에 대해 작업했고 남아공에 지난해 3월 5일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기 훨씬 전에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게놈 감시 시스템을 설립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졌다.
드 올리베이라와 연구진은 지난주까지 이미 501Y.V2에 대한 9개의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같은 톱 저널들에 올렸다.
그렇다면 비즈니스데이가 소개한 그의 연구 비법은 뭘까.
그는 우선 같은 건물을 나눠 쓰는 콰줄루나탈 대학의 두 연구 그룹인 AHRI와 남아공 에이즈 프로그램 연구센터 등과 협업에 공을 돌렸다. 전자는 HIV와 결핵(TB) 연구에서 남아공 변이 501Y.V2의 선구적 연구로 방향 전환을 했고 후자는 즈웰리 음키제 보건장관의 코로나바이러스 최고 자문인 살림 압둘 카림 교수가 이끌고 있다.
동트기 훨씬 전에 트위터를 한다는 드 올리베이라는 또 트윗을 통해 동료 연구 커뮤니티에 최근 연구 아이디어나 초벌 연구물을 공유하는 예고(豫稿) 나눔 관행이 크게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고 과학적 취약점이 빨리 노출됐다는 것.
드 올리베이라 교수는 이에 대해 과학자들이 일반인처럼 욕설하지 않고 매우 정중하고 사실에 기반해 비판하지만 훨씬 아픈 지적을 한다면서 "럭비와 좀 비슷하게 매우 공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드 올리베이라 교수는 남아공이 경계심을 늦출 경우 제3차 감염파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백신 접종과 함께 앞으로 몇 개월만 파티와 외출 등을 잘 참으면 "터널 끝 빛을 볼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그와 연구진은 여러 발병 병원 현장 방문과 함께 수십만 개의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다뤘어도 그 자신을 비롯해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비결에 대해 "우리는 감염 예방 기본 수칙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 우리는 폐쇄 공간에서는 모임을 하지 않고 모든 사무실 창문을 열어 놓는다"라면서 "우리 문 가운데 다수는 자동으로 열리고 우리는 정말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하루에 25번씩 손을 씻는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마스크를 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기느냐에 대해 묵상과 운동, 그리고 심각한 작업에 대해서도 빙그레 잘 웃고 조크하는 '가벼운 터치'라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에서 이래저래 대응 피로증과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잘 참고할 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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