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마구풀리 대통령 사후에도 코로나 사망의혹 제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생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대놓고 무시하던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사망이 발표된 이후에도 코로나 인해 숨졌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부통령은 이날 마구풀리 대통령의 사인이 지난 10년이나 지속된 심장 질환이라고 밝혔다. 향년 61세.
그러나 주요 야당 지도자인 툰두 리수는 마구풀리의 사망과 관련, 자신의 소식통에 따르면 마구풀리 대통령의 사인은 코로나19라고 계속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리수 대표는 2017년 16발의 총탄을 맞고도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아 벨기에에 망명 중이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이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주로 야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걸려 케냐로 갔다가 위독해져 인도로 후송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탄자니아 당국은 3주 가까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마구풀리 대통령의 와병설이 퍼지자 소문을 확산한 여러 명을 체포하면서까지 이를 공식 부인했다.
사망 발표는 17일 밤 12시 직전에야 이뤄졌는데 이날까지만 해도 당국은 그가 건강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마구풀리 대통령의 코로나 중병설을 제기한 야당 지도자 리수 대표는 케냐 KTN 뉴스에 "마구풀리는 코로나로 죽었다"라면서 자신에게 대통령 중병 사실을 알려준 소스에 따르면 사망 시점도 지난주 수요일(10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뭐라고 말할까. 그건 인과응보(poetic justice)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코로나와 싸움에서 세계를 무시했다"라면서 "그는 과학을 무시했다. 그래서 결국 지금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코로나에 졌다"라고 덧붙였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를 비웃은 몇 안 되는 세계 지도자였다.
그는 마스크 착용 대신 신께 기도만 하면 된다면서 코로나19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백신도 서구의 음모라는 주장을 펴 세계보건기구(WHO)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 때문에 탄자니아는 봉쇄령 등을 도입한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 동떨어져 코로나19 발병 통계도 지난해 4월까지만 내고 중단해버렸다.
이후 탄자니아 반자치지역인 잔지바르의 부통령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확진이 급증하면서 학교, 교회 등이 경고를 발하기도 했다.
동아프리카 주변 나라 케냐와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영국, 미국, 중국 등은 마구풀리 대통령의 별세를 애도했다.
'불도저'라는 별명의 마구풀리 대통령은 2015년 반부패 캠페인으로 당선한 이후 무상교육 확대, 전력 확충 등의 공을 세웠다.
그러나 언론 억압 등 갈수록 권위주의적으로 되면서 지난해 10월 재선 당시에도 야당 탄압 등으로 인한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궁벽한 시골 출신으로 초가지붕에서 살고 소에게 풀을 뜯기며 자라 "가난이 뭔지 안다"라고 말해왔으며 경제수도 다르에스살람의 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슬하에 자녀 5명을 뒀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