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백신 수출 훼방?…보고서가 불러온 공방전
미 복지부 보고서에 "브라질이 러시아 백신 거부하도록 설득"
러 "백신 정치화에 반대" 비판…바이든 "몇몇 국가와 여분 백신 공유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 V' 수출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미 정부 보고서에 러시아 백신의 브라질 수출을 방해하려 한 듯한 표현이 나오자 러시아가 이를 문제 삼으며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1월 발간한 연례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HHS의 국제문제 담당 부서(OGA)가 러시아 등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해치며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에 대응해온 외교적 노력을 담고 있다.
여기에 "사례 중에는 OGA를 활용해 브라질이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발간 당시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스푸트니크Ⅴ 백신의 트위터 공식 계정에 해당 보고서 내용을 찍은 사진이 게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계정에는 "각국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비윤리적이고 생명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일부 국가에 대해 러시아 백신을 거부하라는 압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자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신을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최빈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전염병 대유행을 멈출 기회를 얻도록 가능한 한 많은 백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각자 규제 기구가 백신 사용을 승인하는 것에 반해 브라질이 백신을 수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브라질 외교부도 성명에서 미국 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러시아 백신 구입 가능성과 관련해 미 당국이나 기업으로부터 협의나 조처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두 번째에 달할 정도로 전염병 대유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서방 선진국이 자국민 접종을 우선하며 백신 공유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더 많은 나라가 러시아 백신에 눈을 돌리는 실정이라고 WP는 전했다.
브라질 정부 역시 아직 스푸트니크Ⅴ 백신 사용 승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주 연방 정부가 1천만 회 접종분을 구매하는 계약을 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 백신 지원을 위해 40억 달러를 지원하고 미국 내 여분이 생기면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은 자국민 접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여분의 백신 공유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미 몇몇 나라와 대화하고 있다. 아주 곧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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