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흔들지 말라'…미, 대북정책 도출까지 톤다운 유지하나
NBC "NSC, 정책 나올때까지 北 자극 않기로…법무부 '北은 강도' 표현에 NSC 발끈"
김여정 발언에도 대응 자제…前관료 "바이든, 北양보 없인 밀고 나가길 원치 않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에 반한다고 결론 내리고 그때까지는 북한에 톤다운 된 어조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뉴스는 16일(현지시간) 현직 행정부 고위 관계자 3명과 전직 고위 인사 1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참모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이 아직 새 행정부에 도발하지 않았을 때 '배를 흔들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정부 관계자 2명이 전했다. 즉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더 잘 알기 전까지 우리는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도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안보 참모들도 이런 식으로 유지되길 원한다고 미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은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에는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 뒤 출범 74일 만에 실제로 쏘아 올렸다.
이런 기조를 유지키로 한 상황에서 지난 2월 미 법무부가 가상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의 기소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범죄조직'으로 칭하자 백악관 참모들이 발끈했다고 NBC가 2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당시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정부 관리들은 데머스 차관보 언급은 백악관과 조율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데머스의 레토릭(수사)은 북한에 대한 공개 언급 시 사용하기로 고위 당국자들이 합의했던 톤다운 형식이 아니었고, 이는 북한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었기에 NSC 참모들은 법무부에 우려를 표하기까지 했다고 NBC는 전했다.
NBC는 "이는 바이든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싸울 필요가 없었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대한 백악관 우려를 강조한다"며 "북핵 위협을 무시하는 게 최선일지 정면으로 맞서는 게 나을지에 대한 정부 내 긴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 정부는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첫 대미 공개 경고에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일본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관련 질문에 김 부부장의 해당 발언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응을 삼갔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대북 정책 검토가 4월 또는 5월 초까지는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서, 이 검토 과정에는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트럼프 전 행정부 관리들과의 논의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톱다운 방식으로 대북 이슈에 접근했던 트럼프 전 정부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를 실패로 간주했던 바이든 정부도 관련 내용을 살펴볼 여지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앞서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지난 12일 대북정책 검토가 수주 내에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전직 관료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통 큰 자발적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대북정책을 크게 밀고 나가길 원치 않는다는 점을 현직 관료들이 비공개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시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촉 시도 목표는 정책 검토가 끝나기 전에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동시에 이를 미국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외교채널을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외교가 대북정책에 있어 여전히 최우선 순위이며 그 목표는 긴장 고조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