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12년 만에 맞은 '존폐 위기'에 어수선한 LH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자성론 속 볼멘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술렁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번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인 지탄이 이어지자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성론과 함께 "일부 직원의 일탈일 수 있는데 조직 전체가 뭇매를 맞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함께 나온다.
LH는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에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에서 LH 직원 10여명이 토지를 사들여 투기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LH는 의혹이 제기된 직원 전원을 즉시 직위해제하는 등 수습을 시도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LH 직원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지분 쪼개기를 통해 땅을 사들이고, 매입한 땅에는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희귀수종을 빽빽이 심었다는 의혹이 추가되면서 LH 직원들이 전문성을 악용해 투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LH 내부는 이번 사태로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강도 높은 개혁과 구조조정이 예고되자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한 분위기도 역력하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 간부급 직원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에는 흉흉한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한 부장급 직원은 "창사 이래 이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뉴스에서 회사가 해체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시골에 계신 노모가 괜찮은 거냐고 전화를 걸어와 무척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한 점의 의혹이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난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민망할 따름이다"고 했다.
차장급 직원은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대다수 직원이 토지·주택 관련 정보에 민감하고 대화 주제에 부동산 얘기도 많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여느 회사처럼 누가 어디에 땅을 사고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는다"며 "직원들이 보상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땅을 매입해 나무를 심고 투기를 했다면 용납되기 힘든 일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손가락질해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년 차 사원은 "어렵게 입사한 회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욕을 먹는 게 불편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공기업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며 "묵묵히 일하는 다른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비위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벌이 뒤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일부의 일탈에 조직 전체가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어디 가서 나는 투기 안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다른 직원은 "개혁, 해체 등의 이야기가 나와 회사가 어수선하다. 업무 시너지를 위해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LH로 출범한 건데, 다시 기능을 쪼개고 업무를 분산하면 비효율적일 것 같다. 비리 행위 엄단과는 별개로 조직 구조개혁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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