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증명할 영수증 받는데 3년 걸려
렌터카 업체 시스템 정비 불량 때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 미시간주(州)의 한 남성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렌터카 영수증을 업체로부터 받지 못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뒤 5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011년 10월 18일 오후 2시 54분께 미시간주 랜싱 쇼핑센터 인근에서 한 남성이 살해됐다.
범인은 마약을 훔치고자 남성을 총으로 살해한 뒤, 차를 타고 도주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허브'라고 불리는 '머리를 땋은 흑인 남성'이 범인으로 의심된다고 경찰에 말했고 경찰은 허버트 알포드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사건을 목격했다는 경찰 정보원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근거였다.
이후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도 발견됐는데 알포드 연인의 이름으로 등록돼있었다.
그러나 정보원의 증언과 알포드 연인의 차량은 알포드를 범인으로 확정하기엔 문제가 많은 증거였다.
알포드가 범인이라던 정보원은 이후 경찰한테 1천500달러(약 169만원)를 받고 무기 소지 관련 혐의도 무마해주기로 약속받고 거짓말을 했다며 증언을 철회했다.
다만 경찰은 이를 부인한다.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알포드 연인의 차량에서는 알포드의 DNA가 검출됐고, 그가 평소에도 종종 이용했지만 그를 살인범으로 확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었다.
답보상태에 빠진 수사는 2015년 알포드 연인의 아들이 마약 밀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통해 알포드가 살인범이라고 증언하면서 재개됐고 알포드는 체포됐다.
알포드 연인의 아들은 추후 법원에서 알포드가 자신의 고모이자 엄마의 자매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그를 싫어했다고 밝혔다.
알포드는 2급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2016년 12월 '최저 32년 5개월, 최고 62년 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일러야 2047년 10월 감옥에서 나올 수 있는 처지가 됐다.
그는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약 12㎞ 떨어진 랜싱국제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있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 교통상황 등을 고려하면 랜싱국제공항에서 사건현장까지는 차로 20분 안팎 거리였다.
알포드 측은 2015년부터 렌터카업체 허츠에 신용카드 결제 기록을 찾아서 영수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하고 법원도 여러 번 이를 명령했지만 3년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수증은 결국 2018년에야 제공됐고 알포드는 그해 8월 재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검찰은 영수증을 토대로 알포드에게 제기한 혐의를 철회했고 그는 지난해 2월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생각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영수증이 '핵심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알포드는 이달 9일 허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허츠 측은 "알포드가 겪은 일에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라면서도 "2015년에 2011년 차량 렌털 기록을 요청해 당시엔 찾을 수 없었고 이후 이를 찾고자 성실히 노력해 2018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허츠는 지난 기록을 찾는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츠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상태라 소송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허츠가 기본적인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운영해온 게 경영난을 초래한 원인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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