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이템 규제론비등…"확률공개가 아니라 도박으로 간주해야"
여명숙 유튜브에 게이머들 환호…국회선 규제 강화 법안 잇따라
"결제액 상한제 부활 우려"…"질병 취급 전에 사행성 씻어야"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게임 속 아이템 뽑기 시스템이 사행성으로 변질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일부 규제할 게 아니라 아예 '도박'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관련 법안 발의가 늘어나는 가운데,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결제액 상한제'나 '게임 중독 질병화' 등 더 센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사행성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여명숙 전 게관위원장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사감위가 관리해야"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2015∼2018년 게관위원장을 지낸 여 전 위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는 게임 규제가 아니라, 도박을 게임 콘텐츠의 일부로 인정해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여 전 위원장은 "게관위원장 할 때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큰일 나겠다' 싶어서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찾아갔는데,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며 "의원들이 지금 일하는 척하면서 게임사 이득을 보장해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가는 게임은 (도박으로 간주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서 관리하면 된다"며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특별소비세 40%를 내라"고 말했다.
여 전 위원장의 유튜브가 화제를 모은 것은 과격한 표현 때문도 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도종환 의원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여 전 위원장은 지난해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21대 총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색이나 표현 방식을 떠나 여 전 위원장의 논리에 일리가 있다는 말이 번지는 중이다.
과거 게임사 직원이었다는 스트리머 '뀨놀의 게임 읽기'는 지난달 방송에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해봤자 게임사는 복잡한 수식으로 확률을 공개하면 그만"이라며 "복잡한 확률을 설계할 수 있는 큰 회사가 유리하고, 작은 회사에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회의원 관심 확산…규제 강화 법안 추가 발의 늘어나
확률형 아이템이 통째로 도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문방구 앞 장난감 뽑기처럼 예측 못 한 상품을 얻는 재미를 주기도 하며, 단순 치장형 아이템을 뽑기로 판매하는 게임도 많기 때문이다.
확률 공개 의무화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이달 4일 "국내 게임사와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몰아붙이기만 해선 안 된다. 환부는 치료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면서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도 등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이중·삼중 구조의 '컴플리트 가챠'를 일본처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관해 "업계 자율규제는 확률 조작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며 "(게임사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넥슨·엔씨·넷마블 3사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하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 법안을 추가 발의하려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결제액 상한제' 부활 우려도…"게임중독 질병화 막으려면 사행성 문제 털어야"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에 '월 결제액 상한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PC 온라인게임은 2003년부터 16년 동안 월 결제액을 제한받았다.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 한도가 있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으로 시행했는데, 법적 근거가 없고 영화 등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2019년 폐지됐다. 청소년 결제 한도 7만원은 유지됐다.
그런데 최근 비대면 문화 확산 등으로 모바일 게이머 인구가 크게 늘자, 모바일게임 결제액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는 중이다.
게임업계는 상황이 악화하니 부랴부랴 자율규제 개정에 착수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그러나 국회와 게이머들은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를 검토할 때마다 업계는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 자율규제를 찔끔찔끔 늘리며 대응해왔다"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내년께 본격화할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 질병코드 도입 여부' 논쟁에서 게임업계가 불리한 위치에 서기 전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이 초창기 모습에서 변질해 사행성이 심각해졌다는 것은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인지하는 문제"라며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공인되는 것을 막으려면 사행성 의혹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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