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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학자의 '도장깨기'…일 극우매체에도 램지어 비판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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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학자의 '도장깨기'…일 극우매체에도 램지어 비판글 기고
모리스 스즈키 교수, 산케이 해외판에 "기본적인 학문 수준 미달의 문제"
램지어가 문헌 왜곡 인용한 사례들 적시…"어떻게 위안부만 자유행동권?"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비판해온 글로벌 역사학자가 사실상 '램지어 지킴이'를 자처하는 일본 극우 매체에도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맥닐 도쿄 성심여대 교수와 함께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나쁜 역사'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저팬 포워드는 지난 1월12일 램지어 교수의 기고문 '위안부에 대한 진실 복원하기'를 싣는 등 그의 위안부 관련 주장을 앞장서 알리고, 램지어 교수에 대한 각계의 문제 제기를 '마녀사냥'이라며 역으로 비판해온 매체다.

일본사 연구 권위자인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기고문에서 "하버드대 교수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학자가 램지어 교수에 대한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며 세부 사례들을 열거한 뒤 "문제는 언론 자유의 억압이 아니라 기본적인 학문 수준 또는 그 수준의 미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인과 학자들은 출처와 독자를 진실되게 다룰 의무가 있다"면서 램지어 교수가 출처 불명의, 혹은 원문을 왜곡한 주장을 펼친 사례를 낱낱이 적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계약서가 있다는 어떠한 직간접적 증거도 없이 피해자들을 자발적 계약을 맺은 '매춘부'로 몰아갔다는 점이 맨 먼저 거론됐다.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그가 출처를 인용한 방식에도 우려가 많다"면서 1938년 90명의 한국 여성이 조선총독부에 중국 지난에서 '비인가 매춘부'로 일하게 해달라고 청원했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조선총독부가 115명의 한국 여성을 포함한 907명에게 중국 지난으로의 여행허가를 발급했다는 내용이라고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설명했다.
즉, 중국으로 여성을 대량 송출하기 위한 총독부 문건을 여성들의 자발적 '매춘 신청'으로 램지어가 거꾸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미국의 심문 보고서도 실제로는 일본의 모집업자들이 한국 여성 800여명을 '병원에서 일한다'고 속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램지어 교수의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이들은 밝혔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여성으로만 국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달리 아시아 10개국 이상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나왔다는 점도 반론 근거로 제시됐다.
이들은 갓 10대에 접어든 필리핀 소녀들의 위안부 동원 사례를 가리켜 "이런 소녀들이 전쟁터 한복판에서 위안부가 되겠다는 근로계약에 정말로 합의했다고 믿을 수 있는가"라며 "거의 모두가 전쟁에 동원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안부만 자유로운 행동의 권리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위안부 논문과 거의 동시에 램지어 교수가 6개의 다른 논문에서 문제가 있는 역사적 주장을 펼쳤고, 몇몇 논문이 유럽의 출판진에 의해 보류됐다는 점도 소개했다.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가짜뉴스의 폐해가 커지는 현시점에서 학자와 언론인이 "적절한 연구 관행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적 반응은 그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주장 다수가 이런 기준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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