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영기업 우선' 전력산업법, 논란 속 의회 통과
국영기업 생산 전력 우선 구매…민간 에너지업계·환경단체 등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국영기업에 전력 판매 우선권을 주는 법안이 논란 속에 의회를 통과했다.
3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 상원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발의한 전력산업법 개정안을 찬성 68표 대 반대 58표로 가결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추진된 이 법안은 앞서 지난달 23일 하원에서도 원안 그대로 통과된 바 있다. 멕시코 상하원 모두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로시오 날레 에너지장관은 법안 통과 후 트위터에 "개정안은 우리 국영기업 CFE를 경제적으로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이번 개정안은 연방전력청(CFE)에 전력 판매 우선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CFE 소유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민간이 생산한 전력보다 우선해서 구매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아울러 CFE가 전력을 살 때 경매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앞서 맺은 민간 사업자들과의 계약도 수익성 등을 검토해 파기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2013년 이뤄진 멕시코의 에너지 개혁을 일부 되돌리는 것이다.
멕시코에선 CFE와 석유기업 페멕스(PEMEX) 등 국영기업이 에너지 시장을 오래 독점해오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정권 시절인 2013년 에너지 개혁을 통해 민간기업에 에너지 시장을 개방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시의 개혁이 에너지 분야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며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전가됐다고 주장해왔다.
대통령은 최근 미국 텍사스 한파로 멕시코에서도 전력난이 벌어지자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들어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 텍사스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과 에너지 업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멕시코 안팎의 비판도 상당하다.
CFE의 발전시설은 민간 발전시설보다 대체로 노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화석연료에 주로 의존한다. 외국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들은 주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왔다.
이 때문에 CFE 생산 전력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환경적으로 후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멕시코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등의 업계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이 법안이 북미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닐 해링턴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최근 성명에서 이 법안이 "에너지 분야에서 정부 독점체제로의 회귀에 문을 열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상당히 올리고, 멕시코 국민의 청정에너지 접근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멕시코 정부가 맞서 싸워야 하는 기후변화를 오히려 촉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법안이 시행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전력,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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