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청년층·무주택자 대상 주거대출 혜택 확대 검토"
한은과 '빅브라더법' 설전 관련 "안전장치 필요" 입장 고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김연숙 김다혜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행 청년층·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추가 허용 등의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3일 기자단과 학계 등에 보낸 '주요 금융현안 10문10답' 서한을 통해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되, 청년층 주거사다리 형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도 병행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과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다음은 은 위원장이 보낸 서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내용.
-- 가계부채가 작년 1천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가계부채 위험이 현실화하는 것 아닌가.
▲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채무상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향후 주요 잠재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속 유의해 나가겠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해 제도적 측면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없이 뒷받침할 계획이다.
-- 가계부채 억제가 시급하다는 시각과 청년층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하는데.
▲ 각종 대출 규제가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가슴이 아프다. 차주의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되 청년층 주거 사다리 형성에 도움이 될 방안도 병행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행 청년층·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0% 추가 허용 등)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은 부실위험을 이연시키고 금융권에 떠넘기는 것 아닌가.
▲ 꾸준한 건전성 제고 노력 등으로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다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이자를 성실히 상환함에 따라 이자상환 유예 규모(1천637억원·1만3천219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회사들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예년보다 충당금을 충실히 적립 중이다.
-- 부실기업을 정리할 의지는 있는 것인가.
▲ 만기연장·상환유예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등으로 "일시적 자금 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천천히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갈 수 있는 기업들로서, 좀비기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유예기간 종료 후 차주의 상환 부담이 일시에 집중돼 부실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며, 금융당국은 다양한 장기·분할상환 등을 통해 연착륙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 쌍용차[003620] 회생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높은데, 정부 구조조정 원칙이 없는 것 아닌가.
▲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산업적 측면과 금융논리를 균형있게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원칙이다. 쌍용차와 이해관계자들의 P플랜 진행을 위한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해관계자는 물론 경제·사회적 피해가 예상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조금씩 양보해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관계부처·기관은 협상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가능성 및 고용·산업 측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는 등 긴밀히 대응해 나가겠다.
--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데, 지원요건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기금 재원은 국민의 세금(국가보증채권)으로 조성한 만큼 신중히 기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시중은행 등 민간금융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금은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 사용된 상태다. 향후 정부도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거나, 코로나 이후의 산업구조개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 공매도 금지조치를 5월 2일까지 연장한 것은 눈치보기 결정 아닌가.
▲ 그동안 3월 16일 전종목 재개를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연초부터 언론 및 시장의 관심이 커 어떤 결정을 해도 시장충격이 우려된 상황이다.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부분 재개하기로 하고, 시행 방법을 점검해 재개 시점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시장참여자, 언론 등의 제안, 의견 등을 경청하고 자본시장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하겠다. 공매도 관련 제도개선도 차질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다.
--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 글로벌 자본시장 동향, 국내 자산시장 자금흐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증권사 신용융자 관리현황을 점검하는 등 투자자들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계속 유도하겠다.
-- 은행지주·은행에 대한 배당 축소 권고는 과도한 경영 간섭이 아닌지.
▲ 코로나19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배당 제한 등 엄격한 자본관리를 권고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과 '빅브라더' 우려가 제기되는데.
▲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생각도 전혀 없다. 앞으로도 한은과 열린 논의를 진행하겠다. 소비자 보호가 중요해도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학계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조언을 받아 법안소위 심사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해나갈 계획이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가 부실을 감추거나 투자처 허위 기재 등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큰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새로운 사업은 장려하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 특히 빅테크 간편결제·송금을 투명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에 매우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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