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케냐 수도 도심서 걷기 위험해져…"상인들 구매강요"
걸인 부쩍 늘어…"배설물 손에 쥐고 뿌리겠다고 위협해 돈을 요구"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동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도심에서 길을 걸으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동아프리카의 역동적인 도시로 알려진 나이로비 도심의 거리를 걷다 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경제 탓에 상인들을 비롯해 거리의 걸인들마저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 인터넷판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레이스 아티에노는 여느 때처럼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마타투(14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나이로비에 있는 상업 중심가(CBD)로 향했다.
약속 시간에 늦은 아티에노는 정류장을 두세 개 앞두고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상점들이 즐비한 도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교통으로 혼잡한 도로를 차량 사이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각종 옷가지를 파는 가게가 늘어선 곳으로 들어섰을 때 내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답니다"라고 말했다.
인파를 뚫고 나아가는 순간 손 하나가 그녀를 낚아채고는 곧장 어떤 가게로 끌고 갔다.
팔을 뿌리쳤지만, 상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힘을 더욱더 주며 가게에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라고 강권했다.
도심에서 도로를 걷다 마주치는 이 같은 상황은 종종 상인들의 욕설로 끝나며 욕을 먹는 대상은 주로 여성들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이날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는 아티에노는 "예전에는 상인들이 행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물건을 사라고 크게 외치는 데 그쳤다. 청바지나 셔츠를 들이밀고서는 행인이 거절하면 그냥 거둬들이기 마련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상인들은 이제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심하게 몰아붙이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거절하면 욕을 먹기는 다반사"라고 전했다.
아티에노는 어려운 경제 탓에 사람들이 지출에 더욱 신중을 기하면서 상인들이 더 공격적으로 변한 것으로 믿고 있다.
나이로비 도심은 행상들과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인들을 성가시게 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케이트 뭄비도 도심 속 길을 걷다 옷가지, 신발, 스웨터, 유니폼 등을 파는 노점상의 성가신 행동과 가게 앞까지 나와 화장품을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가게 주인들의 성화에 신물이 난다고 밝혔다.
뭄비는 이들 상인이 건물 코너를 돌아갈 때마다 나타나 행인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은 이들 상인의 괴롭힘 없이 타운의 거리를 걷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이로비 시내는 또 본드를 흡입하며 구걸하는 거리의 소년들(Street Boys)이 배설물을 손에 쥐고 뿌리겠다며 위협해 돈을 요구하는 수법도 이미 잘 알려졌다.
현지 한 교민은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들어 나이로비 시내에는 구걸을 위해 거리로 나선 가족, 소년·소녀, 어린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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