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변이 대유행 임박' 우려 속 "백신 한번만 맞히자" 논쟁
대통령 자문단 교수 "2차 접종 미루고 일단 더 많은 사람 맞혀야"
캘리포니아선 전염성 강하고 중증 유발하는 변이 발견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전파력이 더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곧 창궐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더 많은 사람에게 보호막을 제공하기 위해 백신을 1번만 접종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접종되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은 완전한 면역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2차례 접종해야 하지만 2차 접종을 뒤로 미뤄 확보한 백신 물량으로 더 많은 이에게 1차 접종을 하자는 것이다.
CNN 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소장이 동료 연구진과 함께 이처럼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2차 접종을 연기하자고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단 지금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2차 접종을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차 접종 시기를 변이 바이러스의 대확산 이후로 미루자고 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중증을 앓거나 사망할 위험성이 가장 높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접종 최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코로나19 자문단에 들어가 있는 오스터홀름 소장은 보고서에서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자문위원들에게 신속히 회의를 열고 데이터가 자신들의 제안을 뒷받침하는지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백신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수주, 수개월 뒤 있을 수천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 입원 환자, 사망자를 막을 잠재력이 있는 좁은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권고된 대로 3∼4주의 간격에 최대한 가깝게 두 차례 접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은 "과학은 임상시험으로부터 우리가 아는 바 대로 계속하라고 정면으로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경고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트레버 베드퍼드는 23일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B.1.1.7)가 "다른 시기보다는 4월 또는 5월께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나는 여름이 된다고 해서 사태가 통제하에 있고, 돌아다니는 바이러스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는 여전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같은 연구센터의 전염병 전문가 조시 시퍼 박사도 전염성이 강한 새 변이들이 4차 유행을 전적으로 막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전염성이 더 강할뿐더러 더 중증을 유발하는 변이가 발견돼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이 최근 이 주의 대규모 발병 때 확보한 바이러스 샘플을 검사한 결과 작년 9월까지는 전혀 발견되지 않다가 올해 1월에는 샘플의 절반에서 나온 변이를 찾아냈다.
특히 이 변이가 산소호흡기를 써야 할 위험성을 높이고 더 중증을 유발한다고 시사하는 증거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다만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이며 동료 검증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CDC는 지금까지 1천900여명의 변이 감염자가 미국에서 확인된 것으로 집계했다. 절대다수인 1천881명이 영국발 변이 감염자이고 나머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 변이 감염자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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