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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통통] 중국 양회, '거수기' 오명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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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통통] 중국 양회, '거수기'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내달초 정협·전인대 개최, 압도적 추인에 '거수기' 비판
양회 '공산당 체제 성과 선전장'…소수 의견 허용 분위기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라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도대체 뭐지?"
미국식 서양 정치 제도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사회주의이자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의 정치 제도는 어려운 수학 문제처럼 아무리 봐도 낯설기 마련이다.
중국에 오래 살았던 교민들조차 중국 공산당과 각종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권력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정치 체제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부분은 '당이 정부를 앞선다'는 것이다.
체계상으로 볼 때는 당정이 함께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중국은 공산당이 사실상 통치하며 국무원이나 사법부 등은 정책을 이행하는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허베이(河北)성 등 모든 중국 지자체에서 성장보다 그 지역 당서기가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복잡한 중국 정치 체제의 정점은 매년 3월 초에 열리는 양회다.
양회는 말 그대로 정협과 전인대라는 2개의 중요한 행사가 한꺼번에 열린다는 의미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양회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기 국회 정도로 보면 된다"면서 "1년에 한번 열어서 예산 결산 및 집행을 승인해주고 고위급 인선 및 추인을 해줘 연례 최대 정치 행사로 불린다"고 말했다.
정협은 최고 정책 자문기구로 중국 공산당을 포함해 각종 위성 정당들과 화교, 소수민족이 참여한다. 하지만 정협은 정책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자문 기구인데다 공산당의 의향이 절대적이라 양회에서 매년 그 영향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전인대는 헌법상 최고권력기구로 각 성 등 지자체 대표 2천980명으로 구성돼있다. 매년 3월 초 양회에 모두 모여 각종 법률 제정과 추인, 국가 지도부 선출, 예산 심의 등 중국 국가 운영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따라서 최근 양회에서 정협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대신 경제 목표치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전인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회는 1959년부터 시작됐으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년 3월 3일에 정협, 3월 5일에 전인대가 개막하며 회기는 보름을 넘지 않는 게 관례다. 양회 기간 관영 매체들은 종일 관련 보도를 통해 공산당 체제의 성과 선전에 힘을 쏟는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중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양회가 5월 말로 연기돼 개최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에도 예정대로 3월에 양회를 하되 지난해처럼 온라인 또는 화상 방식 회의를 도입해 감염 우려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강한 양회가 왜 '거수기' 또는 '고무도장'이란 비난을 받는 걸까.
전인대가 편제상 최고 권력 기구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당·정 지도부가 정한 계획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최고 지도부가 결정한 사안이 양회 기간 전인대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되지 않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대부분은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집권 연장을 허용하는 개헌안이 통과된 2018년 양회 기간 전인대 표결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전인대는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하고 '시진핑 사상'을 삽입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찬성 2천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통과시켰다. 99.79%의 압도적 몰표였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안건을 전인대가 거부한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몰표를 놓고 당시 중국 일각에서는 중국 정치사회의 민주화 진전과 다양성 확대에도 역행하는 모습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 또한 이런 대내외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일부 바뀐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양회 기간 전인대는 사안별로 반대나 기권을 통해 주류에 반하는 소수의견이 표출되는 것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다.
전인대의 표결 방식에 박수, 거수, 무기명 투표, 비밀 투표에 이어 전자투표까지 도입됐다.
물론 아직도 사실상 공개투표가 원칙이기는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권력 운용에 큰 문제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비밀투표를 채택하면서 민주화 진전을 선전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양회가 중국 최고 지도부의 결정 사안을 지지하는 자리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권력 유지에 영향이 없는 민생 관련 현안은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 민심을 반영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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