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돼도 군부독재서 일 안 해"…미얀마 공무원들 불복종 운동
군부 압박에도 시위 합류…관사 쫓겨난 공무원 지원단체도 등장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공무원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업무 복귀' 압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통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며 불복종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17일 더이라와디,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국영 병원 의사·간호사들이 쿠데타 초기 진료 거부를 시작한 뒤로 국영 은행 직원, 교사, 각 부처 공무원들도 속속 출근을 거부하고 반 쿠데타 시위에 동참했다.
특히 미얀마 국영철도사(MR) 소속 직원 99%가 파업하고, 민간항공청의 관제사와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군부에 저항했다.
1988년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88세대 활동가'인 민 코 나잉은 "시민 불복종 운동이 중요하고, 특히 공무원들이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주는 가장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산업부 산하 기관과 전력부, 교통부, 농식품부 공무원 500여명이 거리의 시위대에 합류했다.
최대도시 양곤의 국영 미얀마경제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직원 30명이 시위에 합류한 뒤 나머지 인력으로 은행 업무를 유지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영철도 차량기지 관계자도 "기지 직원 245명이 전원 불복종 시위에 참여하면서 양곤 지역 순환철도 운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근을 계속 거부하면 직원 숙소에서 쫓아내겠다는 상부의 압박이 있지만, 직원들은 군사정권과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는 여러 차례 공무원들의 업무 복귀를 명령했고, 이에 불복종하면 파면 등 법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영장도 없이 체포했거나 체포하려는 시도도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상당수 미얀마 공무원들은 "정부가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군부독재 체제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2도시 만달레이의 농촌개발부 지사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직원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파업 중"이라며 "선거로 선출된 정부가 돌아올 때까지 시민 불복종 운동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복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해임당할 것이 두렵지 않다"며 "내가 파면되더라도 상관없지만, 독재자를 위해 일할 수는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미얀마 시민들은 정부 부처, 국영 은행 앞에서 공무원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이미 참여한 공무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단체도 여러 개 만들었다.
'영웅을 지원한다'(We Support Heroes)는 이름의 단체는 이달 1일 쿠데타 발생 후 공무원 100여명을 지원했다.
국영 병원 간호사, 세관 직원, 국회 직원, 경찰관 등이 이 단체로부터 음식과 쉼터를 지원받았다.
시위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관사,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원단체 회원은 "아직 현금으로 도움을 주기는 힘들지만, 만달레이에서는 호텔 전체가 (쫓겨난) 공무원들의 숙소로 제공됐고 자기 집의 한쪽을 내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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