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10주년 앞두고 동일본지역 강진 발생…日 열도 공포
도쿄지역에서도 수십초 흔들림 감지…쓰나미는 발생 안 해
후쿠시마 원전 등 이상 없는 듯…수십만 가구 정전사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목전에 두고 동일본 지역을 흔든 강진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공포에 휩싸였다.
13일 오후 11시 8분께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규모 7.1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주말인 토요일 밤늦은 시간에 발생한 이 지진은 수십초 동안 이어졌고, 도쿄 지역에서도 강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진앙에서 가까운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는 진도 6강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으로, 지진의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magnitude)와는 다른 개념이다.
진도는 사람이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0'부터 서 있기가 불가능한 '7'까지 10단계(5, 6은 각각 5약·5강, 6약·6강으로 세분)로 돼 있다.
이날 후쿠시마현 등에서 관측된 진도 6강은 10단계 분류 중 2번째로 강한 수준이다.
서 있기가 불가능하고 기어서 움직여야 할 정도로, 몸이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는 세기다.
첫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도 이어졌다.
다행히 해수면에 약간의 변동은 관측됐지만, 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일본 기상청이 곧바로 발표했다.
이날 지진은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한 달도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거의 같은 곳을 진앙으로 발생해 공포감을 안겨줬다.
동일본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당시 규모 9.0을 기록했던 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현 등 태평양 연안 마을을 휩쓸었다.
이 쓰나미로 작년 12월 10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만5천899명, 행방불명자는 2천527명에 달한다.
당시 쓰나미는 특히 후쿠시마현 후타바(雙葉), 오쿠마(大熊) 등 두 마을(町)에 들어선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 오쿠마 마을 쪽의 1~4호기가 침수되면서 냉각장치 작동 중단으로 1~3호기의 노심용융과 폭발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됐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로 분류됐다.
일본은 지금도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등 3대 재난이 한꺼번에 닥쳤던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당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곧바로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해 지진상황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 정부는 기상청의 지진 속보가 발표된 뒤 곧바로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오후 11시 28분께 관저로 출근해 조속히 피해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자정까지 도쿄와 후쿠시마, 이바라키 등 9개 광역지역에서 약 83만 가구의 정전 피해가 확인됐다.
현재 폐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고속철도인 신칸센 일부 노선과 재래식 철도인 JR노선은 안전 점검을 위해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했다.
후쿠시마와 미야기현 등지에선 넘어지거나 물건에 부딪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사망자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지자체의 피난 상황 등에 주의하면서 침착하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언론은 10년 전의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장 강한 흔들림이 수십초에서 수분간 이어졌다는 후쿠시마 주민 등의 말을 전했다.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육지의 얕은 땅속을 진원으로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간토(關東) 지역의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일본 근해의 난카이(南海) 해곡 일대를 진원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을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의 지진 발생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일본 언론은 거대지진 주기로 볼 때 두 형태의 지진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평소에도 관련 특집물을 다루면서 유사시의 대피 방법을 알려주는 등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