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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구한 '슈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공식 취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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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구한 '슈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공식 취임(종합)
취임 선서 후 첫 내각회의 주재…"국가 부흥 토대 마련해야" 강조
코로나19 방역·백신·경제위기 등 난제 산적…회복기금 첫 시험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끄는 이탈리아 새 내각이 13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신임 총리는 이날 23개 부처를 이끌 각료들과 함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국정 운영 개시를 알렸다.
취임식 후에는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으로 옮겨 첫 내각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가 직면한 보건·사회·경제 위기를 하나하나 거론하며 국가를 보위하고 다시 부흥시킬 토대를 마련하는 게 새 내각에 주어진 사명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드라기는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래 30번째 총리(재임 제외)이자 67번째 내각의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1∼2012년 중립 내각을 이끈 경제학자 출신 마리오 몬티에 이어 약 10년 만의 비정치인 출신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 관리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 이사,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지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다.
2011년부터 8년간 ECB 총재로서 유럽연합(EU) 통화정책을 주도한 그는 지금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이 있게 한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름보다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드라기 내각의 취임으로 오성운동(M5S)·민주당(PD)·생동하는 이탈리아(IV)의 3당 연립정부가 붕괴하면서 시작된 정국 위기가 한 달 만에 종료됐다.
17∼18일 상·하원에서 차례로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 표결이 예정돼 있으나 거의 모든 정당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EU와 유럽 주요국은 드라기 내각 취임에 환영과 함께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 드라기 총리의 경험은 이탈리아는 물론 모든 유럽을 위해 특별한 자산"이라면서 "위기 극복과 야심찬 EU를 위해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강하고 단합된 유럽,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다자주의'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들어서는 드라기 내각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최우선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 캠페인이다.
작년 2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바이러스 대규모 전파가 시작된 이탈리아는 현재도 하루 1만명대 감염자와 300∼400명대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보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넘게 야간 통행 및 장거리 여행 제한 등 고강도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백신마저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로 최근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8월 이내 전 국민 집단 면역 형성이라는 정책 목표 실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극심한 경제난은 새 내각의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현안이다.
이탈리아 경제는 작년 8.8% 역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당국은 올해 바이러스 사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탈리아 경제가 6.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기대만큼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내년에도 2019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경제가 역성장하는 가운데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각각 160%, 10% 수준으로 급증하며 2012년의 재정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팽배하다.
드라기 내각은 단기적 경제 위기 극복에 더해 경제시스템을 혁신해 근 20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은 EU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자 도입하기로 한 회복기금 사용 계획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드라기 내각의 향배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전체 회복기금 7천500억 유로(약 1천6조원) 가운데 보조금·저리 대출 등의 형태로 2천90억 유로(약 280조원)를 받을 예정이다.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차대전 이후 유럽 경제 재건의 마중물이 된 '마셜플랜'급 지원 규모라는 평가와 함께 적재적소에 투자한다면 국가의 운명을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회복기금은 정치적으로도 드라기 내각의 미래를 결정할 이슈로 거론된다. 이는 지난 연정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생동하는 이탈리아는 지난달 13일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그 이유로 부실한 회복기금 로드맵을 언급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좌우 이념 성향을 떠나서 거의 모든 주요 정당이 드라기 내각에 참여하기로 한 배경에는 회복기금 사용 계획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많다. 드라기 내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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