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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1억명 귀향 못한 춘제…내년엔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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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1억명 귀향 못한 춘제…내년엔 나아질까
혼자 명절 보내는 젊은층에 1인용 만찬 세트 인기
내년 상황 호전 기대하지만 불확실성 여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베이징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고향 장시(江西)성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고향의 친척과 친구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춘제 연휴로 날을 미리 잡았다. 그러나 겨울에 접어든 지난해 말부터 중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상황을 지켜보다 결국 예식을 취소했다고 연합뉴스 기자에게 말했다.
방역 절차 강화로 지역간 이동에 제약이 있는데다 현지 지방정부에서 단체 식사 모임 등을 아예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춘제는 최대 명절로 의미가 특별하다. 중국은 나라가 워낙 크다보니 이동하는데 편도 24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 1년에 한번 춘제 때만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공식 연휴는 일주일이지만 고향에서 한달씩 지내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은 급속히 확산한 코로나19 때문에 불안감에 떨며 춘제를 보냈다. 고향 방문 계획을 갑자기 취소한 사람도 많았다.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우한(武漢)이 춘제 연휴 직전에 봉쇄된 이후 자금성과 만리장성, 디즈니랜드 등 전국의 유명 관광지가 폐쇄됐고 각종 행사는 취소됐었다. 영화관도 문을 닫았고 기대작 영화들은 대목을 놓치고 개봉을 미뤘다.

중국의 초강력 방역 조치에 힘입어 지역사회 감염이 거의 나오지 않다가 겨울 들어 상황이 돌변하자 춘제는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 요인으로 다시 떠올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에 시달린 중국 정부는 올해 춘제를 앞두고는 일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각 지방정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핵산검사와 자택 건강 관찰을 요구했다. 중앙정부도 고향이 아닌 근무지에서 명절을 보낼 것을 호소했다.
이런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교통운수부는 40일간의 춘제 특별운송 기간에 이동 인구가 연인원 11억5천200만 명으로 2019년보다 60% 넘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철도 부문 등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억명 넘는 사람이 고향이 아닌 근무지에서 춘제를 보내기로 선택했다. 농민공 가운데 3분의 2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었던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중국인들은 춘제 연휴를 2년째 차분하게 보내고 있다.

중국인들은 춘제 전날 저녁 온 가족이 녠예판(年夜飯)이란 이름의 풍성한 만찬을 함께 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올해는 고향에 가지 못 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혼자 먹는 녠예판이 인기를 끌었다.
식당과 마트,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은 1∼2인용 녠예판 세트를 출시했다. 오랜 전통의 유명 식당들도 데워서 먹는 반제품 형식의 상품을 내놨다.
이제 중국인들의 관심은 내년 춘제로 향하고 있다.
상하이시 코로나19 치료 전문가팀 팀장인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감염내과 주임은 "올해 춘제를 잘 넘기자. 내년 춘제는 반드시 괜찮을 거로 믿는다"고 최근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각국에서 접종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명을 넘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 했듯이 이 전염병이 언제 잠잠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많은 중국 누리꾼은 백신이 있으니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한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작년에도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면서 "외국의 사정이 1년 안에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내년 춘제에는 이동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있다.
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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