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컨트리 음악 팬의 반란…'흑인비하 논란' 가수, 차트 석권
"흑인 힙합 가수는 문제 안삼고 컨트리 음악에만 시비" 반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흑인에게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 퇴출 위기에 몰렸던 미국의 컨트리 음악 가수가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싱어송라이터 모건 월렌(27)의 '데인저러스:더 더블 앨범'이 4주 연속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남부 테네시주(州) 출신인 월렌이 흑인을 '검둥이'로 지칭하는 이른바 'N 단어'를 사용하는 동영상이 지난주 초 공개됐다는 것이다.
월렌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의식이 확산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라디오 방송국을 포함해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들은 월렌의 노래를 목록에서 퇴출했다.
컨트리음악협회(ACM)는 최근 컨트리 음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월렌을 연례 시상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고, 소속사는 계약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남성 컨트리 가수로 꼽히는 월렌의 퇴출 위기에 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컨트리 음악은 일반적으로 백인이 선호하고, 남부나 중서부 등 보수적인 지역에서 더 활발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일부 팬들은 월렌의 'N 단어' 논란에 대해 '흑인 힙합 가수들은 노래 가사에도 'N 단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왜 월렌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반응하냐'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팬들 사이에선 업계 조치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월렌의 노래를 구입하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하루 만에 월렌의 노래 5곡이 미국 아이튠즈 차트 10위 안으로 진입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월렌의 앨범은 논란이 발생하기 전보다 판매량이 급증했다.
한 주간 스트리밍 횟수는 154만 회에서 160만 회로 늘었고, 주간 판매량은 2만5천 장으로 전 주의 두 배였다.
다운로드 횟수도 67%나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컨트리 음악의 인종 차별적인 문화가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수와 팬들이 모두 백인 중심이기 때문에 명백한 인종 차별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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