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초'에 집약된 지구 대륙 10억년 역사…남극이 적도에
대륙 이동 넘어 판 경계와 바다 움직임 포함한 모델 발표
"손톱 자라는 속도로 이동하지만 넋 빼놓을 만한 춤 춰"
[EarthByte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지각은 여러 개의 거대한 판(板)으로 구성돼 서로 부딪히고 밀어내며 끊임없이 움직여 왔다.
지금은 오대양 육대주 모양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남극 대륙이 적도 인근에 있는 등 사뭇 달랐다. 지난 10억 년간 지구의 이런 판 구조 변화를 40초 영상으로 응축해 담아낸 연구 결과물이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물리학 교수 디트마르 뮐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과학자들이 각 대륙의 오지를 다니며 수집한 지질 자료를 토대로 4년간에 걸친 통합 작업 끝에 완성한 새로운 판 구조 모델을 과학 저널 '지구-과학 회보'(Earth-Science Review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륙의 이동을 넘어 판은 물론 판의 경계, 바다의 움직임까지 10억 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판 구조 모델은 처음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판이 연간 몇 센티미터 움직이는 데 그쳐 손톱이 자라는 속도만큼 느리게 이동하지만 10억 년의 시간 틀에서는 각 판이 곳곳으로 움직이며 안 가본이 없을 정도로 여러 곳을 이동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시드니대학의 사빈 자히로비치 박사는 "지구의 표면은 암석형 행성 중에도 독특한 서로 지속해서 밀어내는 판으로 구성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라면서 "이 판들은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지만 10억 년이 40초 집약된 영상에서는 넋을 빼놓을만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판 구조가 지구 깊은 곳의 탄소를 분출하거나 묻고, 대륙의 이동을 통해 해수면을 변화시키고 종(種)의 진화도 바꿔놓는 등 지구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프랑스 리옹 대학의 앤드루 메르디스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현재 우리가 보고, 관심을 두는 많은 것들이 판 구조의 1천만~1억 년 주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새로운 주기들이 드러나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를 만든 지구 차원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고 했다.
뮐러 교수는 "지구는 생명체를 가진 독특한 행성으로, 이는 판 구조와 같은 지질작용이 생명체 유지 시스템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지난 10억 년간 지구 진화에 관한 새 모델이 아름다운 푸른 행성인 지구가 어떻게 인간의 요람이 됐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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