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방러에도 더 꼬이는 양자관계…EU, 추가 제재 경고
보렐 대표 "나발니 사건 관련 대러 추가 제재 등 논의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방러가 성과 없이 끝났다.
보렐 대표의 방러 기간에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 문제로 충돌했던 양측은 회동 결과를 평가하면서도 또다시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보렐은 지난 4~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7일(현지시간) 브뤼셀로 돌아간 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방러 결과는 러시아가 EU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EU는 나발니 사태와 관련 추가 대러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렐은 자신의 방러가 양자 관계에서의 이견과 부정적 경향을 극복하는데 러시아 정부가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EU와의 건설적 대화 가능성을 활용하길 원치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만남은 러시아가 민주적 가치를 (오히려)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유럽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에게 러시아의 인권 분야 의무는 러시아가 스스로 채택한 국제 의무(유럽인권조약)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의무는 내정간섭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나발니에 대한 지지 의사 전달을 위해 그의 측근들과 접촉했지만, 방러 기간 나발니가 재판에 참여하고 있어 그와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소개했다.
보렐은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최근 독일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 치료를 받고 귀국한 나발니를 곧바로 체포해 재판을 통해 투옥한 데 대해 EU 차원의 대러 추가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를 EU 외무장관들과 논의할 것이다. 항상 그렇듯 회원국들이 추가 행보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며 그것은(결정은) 제재를 포함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의 근거로 지난해 12월 EU가 인권 침해에 대해 개인 제재 체제를 승인했음을 상기시켰다. EU 장관급 회의는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러시아는 즉각 보렐 대표의 방러 평가를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8일 논평을 통해 "보렐의 방러 평가를 놀라움을 갖고 접했다"면서 "그것은 그가 모스크바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들과 크게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보렐은 방러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밝힐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브뤼셀로 돌아간 뒤 대표에게 누군가가 강조점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브뤼셀의 EU 지도부 내 대러 강경파가 보렐이 비판적 방러 평가를 발표하도록 조언하면서 방러 기간과 방러 후의 보렐 대표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는 지적이었다.
모스크바 기자회견에선 보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이란 핵합의 복원,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앞서 보렐 대표와 라브로프 장관이 회담하는 시간에 지난달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진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스웨덴, 폴란드, 독일 외교관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며 EU에 대한 강경 태도를 과시한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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