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문 협력 가능성은 있어…현대차, 자율주행 독자 개발 추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애플과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한달만에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애플과의 협상 중단을 인정했지만, 추후 협상에 대한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012330]도 같은 내용으로 공시했다.
지난달 애플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현대차·기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다수의 기업과 협의 중이라며 간접적으로 애플과의 협업 추진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 공시에서는 애플과의 협의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번 공시에서는 애플과의 '자율주행차' 협의가 진행 중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날 공시대로라면 현대차·기아가 애플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협상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와 애플이 당장 자율주행차 생산 협의를 중단하더라도 추후 '애플카' 생산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 무산보다는 잠정 보류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공시에서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대상을 '자율주행차'라고 적은 부분도 전기차 생산 등에서는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공시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애플에 대해서는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진행 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애플이 각각 자체적인 자율주행기술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아닌 전기차 부문에서만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작년 3월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레벨 4와 5에 해당하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한 전기차 생산에 대해서는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과의 협의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애초 애플과의 협의는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관련해 애플과 협업을 하기보다 독자적인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 플랫폼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의 안건이 변동됐을 가능성이 있다.
애플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대만의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카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애플의 협의가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도 여러 단계가 있고, 심지어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라도 협력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잇따른 언론 보도로 비밀 유지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협상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대차도 애플의 '하청업체'처럼 보이는 수탁 생산에 대한 내부적인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보다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고 평가받는 기아가 애플카 생산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州) 공장에서 '애플카'를 조립한다는 계획과 관련해 잠재적 파트너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고려하면 기아와 애플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를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알려진 것에 반발해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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