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내년 대선 앞두고 정·부통령 간 국정개편 놓고 충돌
국가화합구상(BBI)에 대한 이견으로 첨예하게 대립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내년 대선을 앞둔 케냐에서 개헌을 통한 국정 개편을 놓고 정·부통령이 충돌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윌리엄 루토 케냐 부통령은 전날 지방 도시 카바락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니얼 모이 전(前)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루토 부통령은 최근 케냐타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 여러 차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정권 내 주도권을 놓고 대통령과 갈등이 더욱 커졌다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현재 중북부 마운트 케냐 지방을 방문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국가화합구상(BBI)에 대한 지지를 구하고 있다.
BBI는 지난 2018년 직전 연도에 치른 대선 부정 시비로 충돌한 케냐타와 주요 야당 오렌지민주운동(ODM)의 라일라 오딩가 대표가 극적으로 만나 '역사적인 악수'를 통해 더욱 나은 케냐 건설을 약속하며 구성한 세부 조항들을 담고 있다.
루토는 그러나 총리제 신설 등 국가조직의 대대적 개편 내용이 담긴 해당 문건은 케냐타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계책이라며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다.
케냐 정부는 최근 전국적으로 개헌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해 찬성 의견을 끌어내고 대선 전 헌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루토는 이 시점에서 국정 운영을 국민투표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우후루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에서 지도자들은 "절제되지 않은 오만함"을 드러내지 말고 부통령으로 재직 시 대통령을 존중하던 모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는 루토 부통령이 이날 행사에 불참한 데다 최근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참모들에게 "사기꾼 왕조"라고 비난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루토 측 인사인 이매뉴얼 탈람 국장은 그러나 부통령이 이날 행사에 "초대받지 않아"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내 루토 지지 세력은 대통령 측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루토를 행사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불평을 쏟아놓고 있다.
케냐는 내년 8월 대선 일정이 잡힌 가운데 루토 부통령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 몸담았던 ODM을 오래전 이탈하면서 오딩가와 사사건건 충돌해 온데다 최근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BBI 구상에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 정권의 이단아로 낙인찍혔다.
앞서 케냐타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키쿠유 부족이나 루토의 칼렌진 부족 출신이 아닌 인사가 차기 정권을 맡을 차례라며 루토의 대권 가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케냐는 5년 주기의 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 간 인신공격이 거세지고 폭력 사태가 난무하며 선거 후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앞서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 말 대선을 치르고서 개표 부정 시비로 촉발된 유혈사태가 종족 분쟁으로 번지면서 1천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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