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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짓밟힌 '미얀마의 봄'…쿠데타 망령에 민주주의 전환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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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짓밟힌 '미얀마의 봄'…쿠데타 망령에 민주주의 전환 급제동
부정선거 명분 내세우지만 '문민정부 동거' 따른 군부 권력 약화가 진짜 이유
시민 불복종에 4·5일 항위시위설 확산…'중국 뒷배' 군부 강경대응 우려 기류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5년 여전 세계가 주목한 미얀마 '민주화의 봄'이 2021년 초 총선 부정을 명분으로 내건 군부의 쿠데타로 무참히 짓밟혔다.
53년간의 군부 독재를 종식한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문민정부는 '두 번째 꽃을 결국 피우지 못했고, 미얀마는 다시 한번 '군사정부'라는 망령에 휩싸이게 됐다.
유엔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쿠데타를 맹비난하고 제재 방침을 속속 밝히는 가운데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불복종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중국을 뒷배로 둔 군부의 대응에 따라 미얀마의 미래가 더 캄캄한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 "부정 선거" 주장하며 문민정부 2기 첫단추 꿰는날 새벽 전광석화 쿠데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운 주장은 지난해 11월8일 치러진 총선에서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음에도 선관위가 이를 조사하지 않아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1962년 네윈의 쿠데타 이후 53년 동안 지속한 군부 지배를 끝냈다.
NLD는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도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승리해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가 1천만명 넘게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선관위 차원의 진상 조사를 줄곧 요구해 왔다.
그러나 선관위는 근거없는 의혹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군부는 지난달 26일 군 대변인을 통해 쿠데타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하루 뒤에는 한발 더 나아가,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군부는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잇따르자 같은 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문민정부 2기를 시작하는 첫 단추인 의회 개원 당일 새벽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쿠데타로 수치 고문을 포함해 윈민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구금됐다. 또 NLD 소속 의원 등 약 400명도 모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군은 직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사태가 끝나면 총선을 새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장악했다.
신속하게 쿠데타 당일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을 내치고 군부정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이들로 11개 부처 장관을 채우는 등 정권 찬탈에 속도를 냈다.



◇ '문민정부 동거' 권력 약화 5년 더 안돼…'로힝야 학살 주범'의 정치적 야망도 작용
군부가 내세운 총선 부정 의혹은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명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도 선거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선거에서 부정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미얀마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문민정부와의 '불편한 동거'를 5년 더 할 수 없다는 군부의 불만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세가 넘게 정치·사회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주물러 온 군부는 5년간 문민정부와 동거 기간 영향력이 축소됐다.
당연한 것 처럼 누려왔던 권력과 부에 제동이 걸린 것이 결국 군부의 쿠데타 욕심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수치의 당이 선거에서 또 압승하면서 군인들이 스스로 만든 민간 통치에 대해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적 압력에 못이겨 2011년에 군정에서 명목상의 민간 정부로 권력을 이양한 군부였지만, 권력을 나눠 가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치적 야망이 가세했다.
2011년부터 군부 최고사령관이던 그는 2016년 한 차례 더 임기를 연장했다.2017년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로 지목돼 국제 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군복을 벗게 되는 그는 종종 전역 이후에 대한 정치적 야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미얀마 분석가인 허브 레마이우는 AFP 통신에 "그는 민간인 신분으로 선거에 나서는 일에 집적거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은 그 희망을 앗아갔다. 군부 연계 정당인 USDP는 참패했다. 특히 군 장병과 가족이 대거 거주해 '군인 도시'로 불리는 메이크틸라시에서도 선전한 것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레마이우 연구원은 "그는 아마도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거 수단은 없다는 점을 계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금씩 일어나는 '시민 불복종' 바람…군부 대응이 관건
쿠데타 당일 군부에 의해 구금당한 수치 고문은 사전 작성한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국민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했다.
쿠테다 당일은 조용했지만, 둘째날부터 조금씩 그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날 오후 8시를 전후로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일부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나 깡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올리고 "이것이 우리가 불법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는 방법이다. 양곤에서 쇠 냄비를 두들기고 차량 경적을 울린다"고 적었다.
많은 미얀마 네티즌은 쿠데타로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전세계에 쿠데타 반대 및 수치 고문 석방 등을 촉구했다.



최소 30개 지역 70여개 병원 및 의료시설의 의료진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미얀마 최대 활동가 단체 중 한 곳인 '양곤 청년 네트워크'도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항의 움직임은 아직 거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1988년 9월 민주화 운동 때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천여 명이 숨지는 등 유혈 탄압의 역사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오는 4일 또는 5일 도심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릴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현지 교민은 3일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 경우, 군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군부는 이미 시민 불복종이 시작된 지난 2일 공보부 명의로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강력히 경고한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제 제재가 예상됐음에도 쿠데타를 자행한 미얀마 군부의 뒷배는 동남아 지역에서 미국에 맞서 영향력을 늘리려는 중국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서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또 다시 유혈진압을 펼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 비상사태 1년이라지만...두 차례나 선거 불인정 '전력'에 의구심
군부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비상사태가 끝나면 자유로운 총선을 실시해 승리한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부 발표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 이미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에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군부 정권은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치 고문에 대한 가택연금도 유지했다.
이번에도 국제사회가 인정한 선거 결과를 군부만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사태 1년이라는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그동안 군부가 민주진영을 어떤 식으로든 탄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총선이 치러진다 해도 NLD가 이전같은 압승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외신에서는 군부가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해 군부와 연계된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NL 압승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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