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표창' 조선족 학자 "독립운동사 발굴해 빛 보게 해야"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희생된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들 중에는 이름도 남기지 않은 분이 많다. 후대들이 그러한 역사를 발굴해 빛을 보도록 하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정혁(71) 동북항일역사자료전시관 관장은 약 30년간의 독립운동 사적 보존 노력을 인정받아 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한국 국가보훈처장 표창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 관장은 아버지가 일제 시기 중국 황포군관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조선족 재야 역사학자다.
그가 독립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전 관장은 "문화관에서 근무할 당시 민요 수집 업무를 했는데, 시골 노인들에게서 모르는 노래가 나왔다"면서 "독립군 용진가 등 독립군가와 안중근 및 3·1운동 관련 곡들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역사적 배경을 몰랐다가 발굴작업을 계속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이고 나라와 민족을 구하는 노래였다"고 전했다.
전 관장은 또 중국 동북 3성 곳곳을 돌며 독립군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으로만 전해지던 독립운동사를 기록했다.
그는 조선혁명군 양세봉 장군 관련 독립운동사를 발굴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러면서 "1934년 양 장군 서거 후 일본군이 양 장군의 시신을 찾아 묘에서 꺼냈고, 당시 독립군 통신원이었던 김도선 의사에게 훼손하도록 협박했다"면서 "김 의사는 이를 거부했다가 총살됐다"고 전했다.
그는 1990년대 초 노인이 된 김 의사의 딸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절개이자 정신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양 장군의 친척들이 성(姓)을 바꾸고 도처에서 몸을 숨기며 살았다"면서 "그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그는 "양 장군은 남북한과 중국 모두에 기념비가 있는 드문 경우"라면서 "양 장군의 역사는 민족 통일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관장은 의병장 유인석 기념원, 여성 의병지도자 윤희순 기념비, 독립운동가 양하산 기념비 등 동북 3성 독립운동 사적지 개보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다만 동북 3성에는 올해 100주년을 맞는 독립군 양성기관 신흥무관학교 및 독립운동단체 경학사 관련 유적을 비롯해 정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사적지도 여전히 다수다.
지린성 퉁화(通化)의 신흥무관학교 터는 기존에 알려진 곳과 다른 위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당시 현장을 알려주는 흔적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최근 동북 3성 지역에서 한국의 독립운동 기념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이러한 작업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 관장은 "신흥무관학교와 경학사 터는 현재 기념비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일제가 중국 동북지방을 침공한) 만주사변 발발 90주년인 만큼, 좌담회 등을 통해 항일투쟁 열사들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두석 선양 총영사는 "유공자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면서 "아직 발굴 안 된 독립운동 역사를 찾고 후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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