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좌파로프 대통령 취임…'감옥에서 권좌로'(종합)
지난해 총선부정 시위 때 풀려나 출마…"다자주의 대외정책 펼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달 중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사디르 좌파로프(52)가 28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좌파로프는 이날 수도 비슈켁 시내 국립필하모니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대통령증을 수여 받았다.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인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로자 오툰바예프 등과 정부인사, 의회 의원, 지난 대선에 참여했던 후보, 각국 외교관 등 약 1천명이 참석했다.
외국 사절은 초청하지 않았다.
좌파로프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대외 정책과 관련 다자 외교전략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터키·중국·중앙아 국가 등 인근 국가들과의 선린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유럽국가·국제기구 등과의 관계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지난해 10월 키르기스 정치 위기 과정에서 보여준 지지에 감사하다며 특별히 사의를 표했다.
그는 그동안 옛 소련권 맹주인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해 왔다.
좌파로프는 지난 10일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79.23%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지방 주지사 감금 사건으로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그는 지난해 10월 야권의 총선 불복 시위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풀려났다.
뒤이어 총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조기 대선에 출마했다.
좌파로프는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대중주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동안 정치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30일 이내에 국고로 반환하도록 명령하고, 최대 범죄조직 두목을 체포하는 등 키르기스스탄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보수 성향을 보이고, 의료·보건 예산을 두 배가량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인구 650만명의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10년부터 이전의 순수 대통령제 대신 제한적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섞은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통치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가통치체제 결정 국민투표에서 80% 이상이 현행 이원집정부제 대신 순수 대통령제 채택을 지지했다.
좌파로프도 선거 운동 기간에 순수 대통령제로의 복귀를 주장했다.
국민투표에 이은 개헌으로 대통령제가 복원되면 좌파로프는 단일 국가 지도자로서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겐 만성적 빈곤과 실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는 이날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조만간 50억 달러의 대외채무 변제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국민과 함께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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