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건물 덮개 안쪽서 '초강력' 방사선 방출
접근시 1시간내 사망할 수도…폐로작업 차질 우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폐로가 추진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2, 3호기 원자로 건물 5층 부근에서 노출될 경우 1시간 안에 사망할 정도의 강한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폐로 작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우선 시작될 예정인 2호기 원자로 내의 핵연료 찌꺼기(데브리) 반출 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산하 검토회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관련해 2019년 9월 재개한 조사의 중간보고서 초안을 26일 공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의 2, 3호기 원자로 건물 5층 부근에 방사선량이 매우 높은 설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농도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것은 원자로 격납 용기 바로 위에서 덮개 역할을 하는 직경 12m, 두께 약 60㎝의 원형 철근콘크리트 시설이다.
총 3겹으로 이뤄진 이 덮개의 안쪽 부분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양을 측정한 결과, 2호기는 약 2~4경(京, 1조의 1만배) 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 3호기는 약 3경 베크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10시버트(㏜, 인체피폭 방사선량 단위) 전후로, 사람이 이 환경에 노출되면 1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검토회는 대량의 세슘이 덮개 안쪽에 부착된 이유에 대해 폭발사고 직후에 덮개가 방사성 물질이 옥외로 누출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소 폭발로 덮개 부분이 변형된 1호기는 2, 3호기보다는 적은 약 160조 베크렐의 세슘이 부착된 것으로 추정됐다.
베크렐은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능 강도를, 시버트는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국제기준에 맞춰 일본 관련 법령에 정해진 방사선 업무 종사자의 선량 한도는 전신 기준으로 연간 20밀리시버트(m㏜, 5년 연속 근무 기준)다.
1시버트가 1,000m㏜이므로, 10시버트의 피폭량이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내년부터 2호기의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폐로에 돌입하기 위한 1차 관문이 될 이 작업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덮개를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총 465t에 달하는 덮개 무게와 덮개에 부착된 세슘의 높은 방사선량이 폐로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지역을 강타한 규모 9.0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는 후쿠시마현 태평양 연안의 후타바(雙葉), 오쿠마(大熊) 등 두 마을에 절반씩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당시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 오쿠마 마을 쪽의 1~4호기가 침수로 냉각장치 작동이 중단됐다.
이 영향으로 1~3호기의 노심용융이 일어나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 누출된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검토회는 당시 격납용기 손상을 막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는 증기를 대기로 방출한 '벤트'(vent) 과정을 검증해 1, 3호기의 증기가 원자로 건물 내에 역류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3호기에서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난 사실도 확인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는 사고 10주년인 오는 3월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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