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민시위대 트랙터 앞세워 뉴델리 진입…유적지도 누벼(종합)
농업개혁법 반대 시위대, 간선도로 행진 후 약속 동선 이탈
유적지 '레드 포트' 망루에 깃발도 꽂아…경찰, 최루탄 동원 대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농업 개혁법'에 반대하며 두 달 가량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 농민들이 26일(현지시간) 트랙터를 앞세워 수도 뉴델리에 진입, 경찰과 충돌했다.
NDTV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뉴델리 인근에서 숙박 시위하던 농민 수천 명이 이날 현지 주요 국경일인 리퍼블릭 데이(Republic day)에 맞춰 대규모 '트랙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전부터 이날 시위를 예고했고, 최근 뉴델리 경찰이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뉴델리 시내 주변 간선도로에서 트랙터 행진이 진행됐다.
농민들은 시위 효과 극대화를 위해 독립기념일과 함께 인도 최대 국경일로 꼽히는 리퍼블릭 데이를 '시위 디데이'로 꼽은 것으로 분석됐다. 리퍼블릭 데이는 인도 헌법 발효를 기념하는 날로 한국의 제헌절과 비슷한 국경일이다.
농민들은 평화롭게 시위하겠다고 약속했고 경찰도 바리케이드 등으로 시위 동선을 제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앞세워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예정된 행로를 벗어나 시내로 진입했다. 일부 시위대는 뉴델리의 대표 유적지인 '레드 포트'에 진입, 망루 국기게양대에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을 꽂기도 했다.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은 최루탄을 동원하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인디아투데이는 트랙터가 뒤집어지면서 농민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뉴델리 일부 지역의 통신망을 차단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시내로 진입하기 직전 뉴델리 시내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퍼레이드 등 리퍼블릭 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농민들은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 개혁 관련 법안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하순 뉴델리로 행진하기 시작한 이들 수만명은 뉴델리 진입이 막히자 인근에서 숙식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농업개혁법은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대부분 개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이 법이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 시장 현대화 조치라며 농업 생산성과 농민 수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최저가격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협상 주도권을 가진 대형 민간 회사가 가격 담합 등을 통해 헐값에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위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펀자브주 농민들은 쌀과 보리 경작에 치중하면서 정부 보조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새 제도 도입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18개월간 법 시행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농민 측은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의 농민은 다른 산업 분야 종사자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농업 부문 종사자지만 농업의 국내총생산(GDP) 내 비중은 18%에 그칠 정도로 전반적인 농업 생산성은 낙후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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