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들의 군무"…다섯 개 행성 박자 맞춰 도는 TOI-178 행성계
행성 여섯 중 다섯 개 큰 충돌 없어 '공명' 유지, 밀도는 뒤죽박죽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200광년 떨어진 조각가 자리의 항성 TOI-178 주변에서 다섯 개의 행성이 일정한 박자에 맞춰 공전 중인 것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행성은 모두 여섯 개지만 가장 안쪽에 있는 것만 빼고 다섯 개 행성이 18:9:6:4:3의 공전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행성이 항성을 18바퀴 돌 때 세 번째는 9바퀴, 네 번째는 6바퀴,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각각 4바퀴와 3바퀴씩 돈다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과 유럽남방천문대(ESO) 등에 따르면 베른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아드리엔 렐레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상과 우주의 다양한 망원경을 활용해 TOI-178 행성계와 행성들의 궤도 공명(resonance)을 관측한 결과를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태양계 안에서는 목성의 위성(달) 이오와 유로파, 가니메데가 4:2:1의 공명을 이루고 있다.
연구팀은 TOI-178 행성들이 정연한 공명을 유지하는 것은 행성계 형성 이후 대형 충돌 등과 같은 심각한 혼란을 겪지 않고 매우 부드럽게 진화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구 밀도를 가진 행성과 해왕성 밀도의 행성 사이에 해왕성의 절반밖에 안 되는 낮은 밀도의 행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등 행성의 밀도는 뒤죽박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계에서는 암석형 고밀도 행성이 안쪽부터 자리 잡고 있고 밖으로 갈수록 가벼운 저밀도 가스 행성이 위치해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박자 맞춰 도는 TOI-178 행성계의 행성들 [ESO 제공]
연구팀은 "정연한 궤도 공명과 무질서한 밀도 사이의 대조는 행성계 형성과 진화에 대한 이해에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TOI-178 행성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테스'(TESS)를 통해 행성 3개가 있는 곳으로 먼저 밝혀졌던 곳이다. 행성계 이름의 TOI는 '테스 관심 천체'(TESS Object of Interest)를 뜻하는 약자다.
연구팀은 ESO 지상 망원경과 2019년 발사된 ESA 외계행성 탐사 위성 '키옵스'(CHEOPS) 관측 자료를 추가로 활용했다.
우선 ESO의 칠레 파라날천문대에 설치된 구경 8m 초거대망원경(VLT)의 첨단 고선명 분광기인 '에스프레소'(ESPRESSO)를 이용해 행성의 중력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별빛을 포착하는 시선속도법으로 행성을 관측했다.
이와함께 파라날천문대에서 진행되는 '차세대 트랜짓 탐사'(NGTS)와 '초저온 항성을 가리는 생명체 서식 가능 행성 탐사'(SPECULOOS) 자료도 활용했다. 모두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토대로 행성을 파악하는 '천체면 통과'(transit) 방식으로 모은 것들이다.
연구팀은 두 관측 방법을 활용해 TOI-178 행성계에서 3개의 행성을 더 찾아내고 행성들의 공전 속도와 궤도, 질량 등 주요 내용을 파악했다.
그 결과, 행성들이 태양~지구 궤도보다 훨씬 더 별 가까이서 빠르게 항성을 돌고 있으며 가장 안쪽 행성은 이틀 만에, 가장 바깥 행성은 이보다 10배 더 긴 20일의 공전주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성의 크기는 지구의 1.1배에서 3배에 이르고, 질량은 지구의 1.5배에서 30배에 달했다.
안쪽 두 개 행성은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으로 지구보다 큰 이른바 슈퍼 지구였으며 바깥쪽 4개 행성은 가스행성으로 태양계와 달리 작은 미니 해왕성 크기였다.
연구팀은 TOI-178의 여섯 개 행성이 모두 생명체 서식가능 영역 밖에 있지만 앞으로 이 영역 안이나 매우 근접한 곳에서 또다른 행성을 추가로 발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대 후반에 가동될 ESO의 '극대망원경'(ELT)을 통해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에 있는 암석형 행성을 직접 관측하고 대기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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