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모독죄 징역 43년 선고받은 태국 60대여성 보석 석방도 불허
법원 "도주 우려…국민 마음 상하게 해" 정부 강경 기류 반영된 듯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왕실 모독죄로 사상 최고인 징역 43년형을 선고받은 60대 여성의 보석 석방이 불허됐다.
22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항소법원은 전날 안찬 쁘리럿(64)의 보석 신청에 대해 "선고된 장기간의 징역형 때문에 보석 석방 시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또 "안찬의 범죄 행위는 왕실에 오명을 씌웠다"며 "그가 자행한 행위들은 숭배를 받는 군주제에 해를 입혔고, 충성스러운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안찬은 지난 2014년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주도한 쿠데타 이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군주제를 비판하는 음성 파일 29건을 공유했다가 왕실 모독죄로 기소됐다.
그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3년 넘게 수감됐다가 2018년 보석 석방된 뒤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다시 받았다.
형사법원은 지난 19일 선고공판에서 애초 징역 87년 형을 선고했다가, 안찬이 혐의를 인정을 점을 참작해 절반으로 형량을 줄였다.
그러나 43년 징역형도 지금까지 선고된 왕실 모독죄 형량 중 최장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 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죄목 당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죄목이 많아지면 징역형이 15년을 훌쩍 넘어갈 수 있다.
법원의 보석 신청 기각 결정은 왕실 모독죄 적용을 대거 확대·강화하고 있는 태국 정부의 강경 입장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는 그동안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 목소리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계속 커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시위대 지도급 인사들에게 왕실 모독죄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지난 2년간 이 법을 적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반정부 시위가 중단된 틈을 타 올 초에는 적용 대상이 50명 가까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 야권의 대표적 정치인인 타나톤 중룽르앙낏 전 퓨처포워드당(FFP) 대표에 대해서도 페이스북 방송에서 왕실 관련 허위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20일 직접 왕실 모독죄로 고발했다.
태국 정부는 타나톤 전 대표의 페이스북 방송에서 11건의 왕실 모독 사례가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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