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붕괴냐' 벼랑에 선 이탈리아 연정…상원서 신임 표결(종합)
콘테 총리 "국민을 위한 정치 해달라" 지지 호소
표결서 지면 정국 혼돈 현실화…조기총선도 거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기사회생이냐, 좌초냐'
이탈리아 상원은 19일(현지시간) 오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대한 신임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붕괴 위기에 내몰린 연정의 진퇴를 결정할 승부처이자 최대 고비다.
콘테 총리는 이날 상원에 출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금은 단결과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정은 18일 치러진 하원 표결에서 과반의 지지를 확인해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현재로선 상원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탈리아 상원은 종신 의원 6명을 포함해 총 321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정이 확보한 의석수는 148석으로 과반에 크게 못 미친다.
상원에서 18석을 보유한 중도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가 지난 13일 정책적 이견을 이유로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과반이 무너졌다.
이날 표결의 향배는 연정이 IV의 공백을 얼마나 많이 메우느냐에 달렸다.
연정은 이를 위해 주세페 콘테 총리를 필두로 무소속 그룹 및 야당 의원들을 우군으로 만들려고 설득 작업을 해왔다. IV에서 이탈하는 표도 있을 것으로 연정은 기대한다.
연정이 상원에서 과반의 신임을 얻지 못할 경우 정국 위기 대응을 둘러싼 콘테 총리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계 안팎에서는 콘테 총리가 과반인 161표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 곧바로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과반이 아니더라도 과반 기준에 근접하면 당분간 이대로 국정을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자의 경우 당장은 정책 운영이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무소속 또는 IV 이탈 의원 등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여 안정된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연정 내에서 155표 이상이면 사실상 승리로 본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국 위기를 관리하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콘테 총리에게 얼마나 시간을 줄지는 미지수다.
표결에서 IV 소속 의원들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V는 연정 신임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대신 기권한다는 당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하원 표결에서도 IV 의원 상당수가 기권했다고 한다.
상원에서 IV 의원들이 기권할 경우 과반선이 내려가면서 연정에게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정으로선 운신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콘테 총리가 표결 직후 사임한다면 안갯속의 불안정한 정국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 오성운동-민주당 중심의 새로운 연정 구성 ▲ 오성운동-민주당-IV 연정 복원 ▲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같은 중립적 위기관리 인사의 총리 영입을 통한 통합 연정 구성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결국 현 의회 임기를 2년여가량 앞두고 조기 총선의 길로 가게 된다. 총선이 치러진다면 그 시점은 6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론 구도상 극우 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여권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조기 총선만은 피하려고 분투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원 신임 표결 결과는 의원들의 토론을 거쳐 이날 오후 늦게 공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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