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땅속 580m 매몰자들 '꺼내달라' SOS…1명 혼수상태(종합)
생존 확인까지 8일간 흙탕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져
매몰자 가족 "목소리를 듣고 싶고, 얼굴을 만지고 싶다"
(선양·베이징=연합뉴스) 차병섭 김윤구 특파원 = 중국 금광 폭발사고 발생 10일째를 맞은 가운데, 매몰된 노동자 가운데 일부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구조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구조당국은 17일 사고가 난 산둥성 치샤(栖霞)시 금광의 매몰 노동자 일부와 연락이 닿아 각종 보급품을 내려보낸 데 이어, 18일 전화 통화도 성공한 상태다.
이번 사고는 지난 10일 오후 발생했지만, 업체 측이 11일 밤에야 지방 당국에 늑장 보고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지연됐다.
이후 당국은 17일 오후 갱도로 통하는 구멍을 뚫고 갱도까지 뚫고 들어간 드릴 파이프를 두드려 소리를 울렸고, 이를 들은 생존자들도 드릴 파이프를 두드려 살아있음을 알렸다.
당시 구조 현장에서는 "답이 왔다"는 말과 함께 곳곳에서 박수가 나왔고, 이후 이들과 연락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졌다.
구조대는 17일 밤 손전등·영양액·약품을 비롯해 종이와 필기구 등을 밧줄에 매달아 구멍을 통해 갱도로 내려보냈다.
구조대는 보급품이 갱도 바닥에 닿은 뒤 생존자가 밧줄을 당기는 것을 느꼈고, 잠시 뒤 줄을 끌어올렸을 때 쪽지 한 장을 확인했다. 쪽지는 플라스틱병에 넣고 겹겹이 포장한 뒤 테이프로 밧줄에 단단히 고정한 상태였다.
물에 젖은 쪽지에는 연필로 쓴 100여 자가 적혀있었다.
생존자들은 "(12명 중) 11명이 한 구간에 있고, 1명은 다른 구간에 있다. 이 가운데 4명이 다쳤다"면서 "다른 10명은 아직 행방을 모른다"고 상황을 전했다.
생존자들은 11명 가운데 1명이 폭발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혼수상태라고 전화로 말했다. 2명은 신체에 다소 불편함이 있으며 8명은 상태가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근처 다른 구간의 1명은 다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CCTV에 따르면 매몰 위치는 지상에서 땅속으로 580m가량 되는 곳이다.
이들은 매몰 후 연락이 닿기까지 8일간 흙탕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은 "모두 체력 소모가 심각하다"면서 각종 약품을 요청하는 한편, "갱내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아 연기가 자욱하다. 갱도 안에 물이 많은 상황"이라고 알려왔다.
그러면서도 "구조작업이 지속되는 한 희망이 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당국은 이후 생존자들이 우선 이틀간 버틸 수 있도록 좁쌀죽과 압축한 보온담요 등을 내려보냈다.
또 유선전화를 내려보내 "하루빨리 갱도를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생존자의 목소리도 들었다.
생존자들도 외부와 연락이 닿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몰 노동자 가족들도 현장에 도착해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한 노동자의 아내는 온라인 영상을 통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서 남편 목소리를 듣고 싶고, 얼굴을 만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500여 명의 대원이 밤낮으로 구조작업에 매달리고 있고, 각종 장비 388대가 투입된 상태다.
갱도 내 유독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마무리했고, 매몰 위치가 폭발지점과 떨어져 있어 공기 질 등 생존환경은 갖춰진 상태로 전해졌다.
당국은 다른 지점에도 구멍을 뚫으며 추가 생존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또 생존자 중 다른 구간에 있던 1명은 최근 며칠 사이 다른 사람들과 연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조바심을 키우고 있다.
매몰 노동자들과 연락이 닿기는 했지만, 이들을 지상으로 구조하기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놓여있다.
광산지대 지질환경이 복잡해 드릴로 구멍을 뚫기 쉽지 않고, 붕괴 이후 갱 내부에 각종 장애물이 쌓여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갱 내에는 현재 시간당 10㎥ 정도 침수가 이뤄지고 있어, 당국은 추가 수위 상승을 막는 등 위험 요소 제거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인들은 2010년 칠레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700m에 갇혔던 광부 33명이 17일 만에 생존해있다는 쪽지를 보내고 69일 만에 구조됐던 '기적'을 떠올리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덧붙였다.
한편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월 말까지 3만2천 개에 이르는 비석탄 탄광의 안전성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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