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코로나 '핫스폿' 교도소…백신접종은 사각지대
구조적으로 감염·확산에 취약…의학계는 "우선접종 대상 포함시켜야"
수감자 대상 백신접종 방침 밝힌 나라 드물어…곳곳서 찬반 논쟁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한국,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재소자 수용시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핫스폿'으로 떠올랐지만 재소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명쾌하게 세운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달 자국민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보건부가 60세 이상 수감자에 대한 백신 물량도 따로 확보해뒀지만 아직 접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미르 오하나 공안장관이 죄수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팔레스타인 죄수들, 즉 '보안사범'들은 이스라엘 일반 국민이 모두 접종을 마칠 때까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이에 5개 인권단체가 지난 10일 오하나 장관의 결정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이 문제는 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수감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은 수감자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 10여개 주는 수감자들을 우선 접종 대상군에 포함했으나 일부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면서 여론 반발에 밀려 수감자 우선 접종 계획을 철회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WP는 한국의 상황도 예로 들었다. 지난달 시작된 구치소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으로 한국 보건 당국은 수감시설 내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를 도입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등을 지키기 어려운 교도소 내 환경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감자들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죄수들에게 먼저 백신 접종을 하는 데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수감자에 대한 백신 접종과 관련한 지침을 따로 내놓지 않은 채 개별 국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도 수감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 방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캐나다 정도만 이달부터 수감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캐나다 정부 의학고문인 제임스 워딩턴은 국가 지침에 따라 70세 이상, 약 600명의 수감자들이 모더나 백신을 우선 접종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감염과 전파 두 가지에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백신을 최우선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본다면 수감자들도 최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과 미국에서 수감시설 개혁 문제를 옹호하는 아시시 프라샤르는 "당신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하든지 이 문제는 과학"이라며 "교도소 안에서 접종을 하지 않으면 교도소 바깥으로까지 감염이 확산하는 것을 결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내 감염병 확산 문제를 연구한 옥스퍼드 대학의 정신과 학자인 시나 파젤도 지난달 의학저널 '랜싯'에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수감자들도 코로나19 백신의 첫 접종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수감자들 상당수가 의학적으로 취약한 계층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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