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불평등·차별 상징' 납 수돗물 사태관련 전 주지사 기소
미시간주 검찰, 전직 관리들에 통보…당사자 측은 혐의 부인
당시 영·유아 혈중 납 수치, 1년여 만에 2배로 증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미시간주 검찰이 5년 전 불거진 수돗물 납 오염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주지사와 보건장관 등 전직 고위 관리들을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시간주 검찰이 플린트시(市) 납 수돗물 사태 재수사를 통해 이들 전직 관리들의 혐의를 찾아내고 당사자들에게 기소 방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검찰이 기소 대상의 변호인 측에 "곧 법원 출두 명령을 받게 될 것"이라 통보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당시 릭 스나이더 주지사(62·공화)의 변호인 브라이언 레넌은 "검찰이 기소 내용을 당사자 측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충격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민주당 측이 세운 특별검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거를 추적하는 대신 정치적 목적으로 스나이더 전 주지사를 표적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닉 리옹 보건장관의 변호인 칩 챔버레인도 "검찰이 정의를 희화화하고 있다. 진실을 찾기보다 주민들을 오도하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더 관심 있는 것 같다"며 과오를 부인했다.
미시간주 검찰은 플린트 스캔들이 불거진 직후 리옹 장관을 포함해 8명의 고위 공직자를 기소했다가 2019년 6월 취하하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사태 진행 과정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수사 확대로 스나이더 전 주지사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는 2011년 미시간 주지사에 올라 2014년 재선에 성공하고 2019년 1월까지 연임했다.
그는 주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가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정부패로 파산한 후 비상재정관리 체제를 도입, 플린트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문제 발생을 알고서도 1년 이상 이를 묵인했다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당시 기소되지는 않았었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2016년 1월 뒤늦게 플린트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병에 든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 플린트시 수도관 약 1만8천 개를 정부 부담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미시간주와 플린트시 등은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에게 보상금 6억4천100만 달러(약 7천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중 6억 달러는 주 몫이다.
디트로이트 북서부에 있는 인구 10만의 쇠락한 공업도시 플린트시는 휴런호를 상수원으로 하는 디트로이트시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아왔다. 2014년 4월부터는 예산 절감을 위해 플린트강으로 수원지를 바꾼 후 사태를 맞았다.
지역 주민들은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고 어린이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는 등의 고충을 토로했으나, 당국은 1년 이상 수돗물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결국 5세 이하 영·유아의 혈중 납 수치가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며 사태가 표면화됐다. 플린트 수돗물에서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도 검출됐다.
흑인 인구 60%, 극빈자 비율이 40% 이상인 플린트에서 발생한 이 사태는 정부 운영의 실패 사례이자 환경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의 상징이 됐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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