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들, 정치권 돈줄 끊기 선언…공화 겨냥 기부 중단 확산
의회 난입사태에 분노…구글·페북 등 재계·월가 "자금지원 않겠다"
'바이든 승리' 거부한 공화 의원에 돈줄 끊겠다는 기업도 속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대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정치권에 대한 돈줄 끊기에 나섰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와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대선 사기' 주장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자금 기부를 아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거대 테크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주요 제조업체와 금융사들은 정치자금 지원 중단 의사를 잇따라 밝혔다.
구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적인 의회 난입 사태와 대선 결과 거부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한 정치자금 지원 활동을 일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워싱턴DC에서 끔찍한 폭력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적어도 올해 1분기에는 모든 PAC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MS도 1분기에 정치 자금 지원을 끊겠다면서 의회 난입 사태 등에 대해 직원들과 함께 내부 평가를 내린 뒤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정치권에 경고했다.
워싱턴DC 정가에 대한 돈줄 끊기는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미 재계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이날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 세계 최대의 음료기업 코카콜라도 정치 후원금 납부를 그만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회 난입 사태와 대선 불복을 비판하며 공화당에 정치 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기업도 속출했다.
세계 최대의 호텔체인 메리어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신용카드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화학업체 다우,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연하장 제조회사로 유명한 홀마크가 대표적이다.
메리어트는 지난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거부한 공화당 소속 상·하원의원 147명을 대상으로 정치 자금 기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대선 결과를 뒤집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방해하는" 연방의원들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을 끊기로 했고, 다우는 대선 결과 인증에 이의를 제기한 연방의원들에 대해 의원 임기 내내 정치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본사를 둔 홀마크는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정을 거부한 조시 홀리(공화·미주리)·로저 마셜(공화·캔자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정치후원금 반환을 촉구했다.
홀마크는 "두 상원의원의 행동은 우리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우리는 폭력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의회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뒤 (정치권에 대한) 대기업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미 주요 기업들이 공화당에 대한 자금 조달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P는 "주요 기업들이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함에 따라 미국의 선거자금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선 부정과 폭력 사태에 대한 미국 기업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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