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트럼프시대] '좌충우돌' 4년…단임에 두번 탄핵소추 불명예 퇴진
'미국 우선주의'로 기성질서 반기…국내외적으로 논란·충돌의 연속
한국과는 무역·방위비 갈등…북미정상회담에도 비핵화 '미완의 과제'
대선은 졌지만 '트럼피즘'은 유산…통합과 화합 난제 남겨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정치적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4년간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역시 조용하지 않다. 정해진 임기는 오는 20일이지만 한참 짐을 쌀 시기에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2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28년 만에 단임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역대 대통령 45명 중에서는 11번째로 재선에 실패했다.
그에 더해 임기 중 하원에서 두 번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까지 역사책에 더하게 됐다. 지금까지 탄핵안이 상·하원 모두 통과돼 물러난 대통령은 없었지만 하원에서 가결된 이로만 따지면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 시대 4년은 초강대국 미국에 이전에는 보지 못한 리더십이 출현해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까지 '트럼프 몸살'을 앓은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문외한이던 부동산 재벌 출신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부정하다시피 하며 '친정' 공화당 행정부 때부터 내려오던 정책과 기조에도 속속 반기를 들었다.
국내적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로 대표되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경기 부양을 목표로 대대적인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목표로 일명 '오바마케어'의 폐지도 추진했다.
'워싱턴의 오물을 청소하겠다'는 대선 구호처럼 기성 정치권을 구태이자 개혁 대상으로 치부했고, 주류 언론을 향해서도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이며 '140자 트위터'를 소통 창구이자 강력한 무기로 삼았다.
그 결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숱한 논란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 언론과 끝없는 충돌을 빚었다.
대외 정책에서는 짙은 고립주의 성향을 보였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합의 등 미국이 주도한 각종 국제 협약에서 탈퇴했다. WHO(세계보건기구)에도 중국 편향적이라며 탈퇴를 통보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피아 구분 없이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폈다.
전통적 동맹을 상대로 그동안 미국을 '뜯어먹었다'고 노골적 표현까지 써가며 무역조건 개선과 방위비 증액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동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한국만 하더라도 미국의 요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고, 현행 5배라는 터무니없는 요구 탓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아직도 교착상태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2차례 북미정상회담, 1차례 판문점 회동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시도한 것은 성과지만,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한 채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 부과로 대표되는 무역전쟁을 벌여 세계경제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작년 초 1단계 무역합의 타결로 미중관계는 개선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여론이 싸늘해지자 대선 정국과 맞물려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며 미중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구호가 그럴듯할지 몰라도 적용 과정에서 좌충우돌식 행보, 행정부 내부의 마찰과 불협화음, 즉흥적인 정책 결정과 번복, 동맹과의 불화 등으로 4년 내내 논란을 달고 살았다.
이런 기조는 미국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정치적 편 가르기와 양극화를 심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 저하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실패, 경기침체,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 3대 초대형 악재는 트럼프 리더십이 빚어낸 참사라는 비판과 맞물려 11·3 대선에서 패배한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내내 법적 시비에도 시달렸다. 그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할 때 대선 캠프가 공모한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재작년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유력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당선인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스캔들이 불거져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가 상원의 부결로 살아났다.
그는 작년 11월 재선 도전에 실패하자 이에 불복하며 1896년 대선 이래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124년 만에 깼다. 이후 대선 뒤집기를 목표로 60건이 넘는 소송을 냈지만 단 1건만 빼고 완패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복 정국 와중에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 난동으로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선동한 혐의가 적용돼 또다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의 박빙 승부 끝 패배로 승리를 놓치고 역대 패자 중 최다인 7천400만 표를 얻은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여전히 주류지만 영역을 점점 침범당한다는 백인의 잠재된 위기의식과 상대적 박탈감, 미국이 계속 세계의 보안관 역할을 할 수만은 없다는 불만이 결합해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록 트럼프는 졌지만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란 무시 못 할 유산을 남겼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열의 원인이 통합과 화합 등을 통해 치유되지 않으면 미국에서 언제든 제2, 제3의 트럼프가 출현할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