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판결 일본 대응은…국제재판소 소송·미국 통한 압박?
일본 "항소할 생각 없다"…신임 주한대사 부임 지연도 없을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한국 법원이 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향후 일본 측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국가는 외국 재판의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주장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는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항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항소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일본 정부는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 외교적 압박 카드로 신임 한국 주재 일본대사의 부임을 지연시킬 생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에서 새 주한 대사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61) 주이스라엘 대사를 발령하는 인사를 결정했다.
전임자인 도미타 고지(富田浩司)가 지난달 25일 주미 대사로 전보된 것에 따른 인사였다.
가토 관방장관은 아이보시 대사의 부임과 관련해 "아이보시 대사는 지금까지 두 차례 주한 대사관에서 근무해 한국과의 강력한 파이프(인맥)를 구축해왔다"며 그런 경험과 인맥으로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대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는 것도 일본 내에서 방안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국 법원의 위안부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과거 이탈리아 법원이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 동원된 자국민에 배상하라고 독일 정부를 상대로 판결했다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패소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년 나치 독일 강제노동 피해자가 독일 정부에 손해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국제범죄의 경우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주권면제를 주장한 독일의 주장을 배척하고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2년 ICJ는 "당시 나치 독일의 행위는 국제법상의 범죄이나, 주권면제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다만, ICJ 소송은 상대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거부하면 실현될 수 없다.
가토 관방장관은 ICJ 소송 혹은 한국 이외 외국과의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을 묻자, ICJ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는 2015년 일한(한일)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관련국에 대해서도 필요한 설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에 일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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