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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배상 판결에 일본서 '외교관계 파탄' 전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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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배상 판결에 일본서 '외교관계 파탄' 전망까지
교도통신 "전례 없는 판결…한일관계 더 험악해질 것"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첫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이 8일 원고 측 승소로 판결한 뒤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가 한층 더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의 심리에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불응해 왔다.
주권면제는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국가는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일본 측은 한국 법원이 원고 측 주장에 따라 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가 위기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서울중앙지법이 위안부 문제를 반인권적인 국가의 범죄행위로 규정해 주권면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원고 측 손을 들어주고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예정된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다른 재판에서도 일본 정부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위안부 관련 재판을 거부해 왔기 때문에 패소 판결에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는 의미여서 2018년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로 본격화한 한일 간 갈등 양상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내몰릴 공산이 커졌다.
특히 이번 위안부 피해자 판결은 징용 피해자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징용 피해자 소송은 강제 노역을 이용했던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기업이다.
한국 대법원판결로 승소한 원고 측은 배상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두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를 법원에 신청해 현금화하는 강제집행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의 피해와 관련한 개인 청구권 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피고 기업에 배상 명령에 응하지 말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 소송의 원고 측이 두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을 현금화하면 즉각적으로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은 결국 징용 소송과 마찬가지로 피고 측의 자산 압류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안부 소송에선 피고가 일본 정부여서 압류 대상 자산은 한국 내 공관 시설 등이 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여파로 "한일간 외교관계가 아예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주권면제는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번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패소할 경우 한일 관계가 파탄 지경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언론도 이번 위안부 피해자 관련 판결이 주는 충격의 수위가 징용 소송 판결을 압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성사된 양국 간 합의로 '최종적, 불가역적(되돌릴 수 없게)'으로 해결됐는데, 한국 정부가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배상 명령을 거부하면서 한국 정부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들어줄 수 없는 판결의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 법원이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린 직후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법원이 여론에 가까운 관점에서 위안부 피해자 소송 피고인 일본 정부의 자산 처분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전례 없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양국 외교관계가 한층 험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도는 이어 이번 판결이 확정돼 원고 측이 일본 정부의 자산 압류에 나서고, 이를 문재인 정부가 방치하면 일본의 보복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반대로 한국 정부가 외교 관계를 고려해 원고 측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고 나서면 지지층의 비판이 커져 정치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로서는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사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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