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때 사용량 폭증…재난용 특설공중전화 보급
디지털 메신저 시대에도 연하장 애용…1인당 9통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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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손때 묻은 전화기 사진은 2014년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한 식당에서 찍은 것이다.
당시 '스마트폰 시대에 다이얼식이라니…레트로(복고풍) 장식품이겠지'하는 생각에 식당 주인에게 물었더니 "공중전화에요.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반응했다.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통신수단이 일본에서는 아직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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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가 대표적이다.
일본 총무성의 2020년 정보통신백서를 보면 2020년 3월 말 기준 NTT동일본과 NTT서일본이 일본 열도 전역에 운용하고 있는 공중전화는 15만1천313대이다.
20년 전에 73만7천대가 설치돼 있었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 기준으로 보면 832명당 1대, 면적 기준으로 보면 약 2.5㎢당 1대의 공중전화가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체감하는 공중전화는 이보다 많다.
예를 들어 도쿄(東京) 우에노(上野)역 근처에 가면 반경 약 400m 내에서 공중전화 수십 대를 찾을 수 있다.
NTT동일본은 공중전화에 관해 "옥외에서 최저한의 통신 수단 확보를 위해 시가지에서는 대략 사방 500m 범위를, 여타 구역에서는 사방 약 1㎞ 범위를 설치 대상 구역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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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는 시대이니 통신 수단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통신 대란이 발생했고 공중전화 수요가 급증했다.
일본 총무성 보고서에 의하면 5개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2만9천 곳이 중단됐고 대지진 당일인 3월 11일 수도권의 공중전화 이용량은 전날의 약 15배인 400만 통으로 증가했다.
재난 상황에 특화된 공중전화도 있다.
일본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경우 시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특설공중전화' 회선을 지방자치단체 피난시설 등에 설치해 두고 있다.
기존에는 재난 발생 후 설치하는 방식이 많았으나 대지진을 겪은 후에는 미리 회선을 깔아두고 재난 시 전화기를 접속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대응 방식을 바꾸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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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설공중전화는 일본 전국에 약 8만 대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은 아니지만, 공중전화의 필요성을 각인시킨 사건이 있었다.
대학생에게 납치돼 약 2년간 감금돼 있던 여중생이 2016년 3월 극적으로 탈출한 후 공중전화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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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전을 쥐고 아파트를 빠져나간 여중생이 공중전화로 집에 연락했고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110(한국의 112에 해당)에 신고했다. 이후 여중생은 출동한 경찰의 보호를 받은 후 부모와 재회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보급돼 평소에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긴급 상황에 대비해 어린이들에게 공중전화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 직후 TV 와이드 쇼의 단골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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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새해를 맞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연하장에도 눈길이 간다. 엽서형이 많다.
연하장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이용해도 되고, 일반 엽서의 경우 우표를 붙이는 곳 아래에 붉은 글씨로 '年賀'(연하)라고 써서 우편함에 넣으면 우체국이 1월 1일에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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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폰유세이(日本郵政)그룹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새해 첫날 배송 대상이 된 연하 우편물은 11억5천700만 통으로 일본 인구 1인당 약 9통 수준이었다.
작년보다 10% 정도 줄어든 수준이고 12년 연속 감소하기는 했으나 디지털 메신저 시대에도 종이로 새해 안부를 전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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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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