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갈등·충돌 예고…FP, 10대 분쟁에 기후변화 포함
국제위기그룹 "다사다난했던 올해 그림자 연장" 진단
아프간·리비아·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 장기분쟁 지속
미-이란·러-터키 갈등 주목…한반도 긴장은 거론안돼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휩쓸어버린 2020년에도 지구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로버트 말리 국제위기그룹(ICG) 대표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를 통해 29일(현지시간) 내년에 예상되는 10대 분쟁을 예상했다.
그는 "2020년에 세계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아마 후보자로 북적거렸을 만큼 다사다난했다"라며 "내년에도 이런 올해 사건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끔찍한 한 해를 경험하면서 해결을 열망했다"라며 "하지만 2021년 10대 분쟁 명단을 보면 내년에도 2020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며 불행히도 올해가 잊히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전망봤다.
그가 고른 2021년 세계 10대 분쟁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정부와 탈레반이 무력 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에티오피아(정부-티그라이 반군 내전), 사하라 사막 남부 사헬 지역의 부족간 무력 충돌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확장, 예멘과 리비아 내전, 소말리아 내분 등 6곳의 장기 분쟁이 포함됐다.
또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 반미 진영의 대결을 내년에 주목해야 할 분쟁으로 꼽았다.
서방은 '임시 대통령'인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을 지지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말리 대표는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마두로를 퇴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남미의 좌우익 지도자들의 도움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외교적 노력을 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2년여전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에 이은 올해 초 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으면서 악화할 대로 악화한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내년의 10대 분쟁으로 선정됐다.
말리 대표는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에 복귀해도 곪아버린 중동의 긴장과 양극화로 핵합의가 위태로울 테고 무력 분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라며 "유럽 측이 이란과 걸프 국가가 대화로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외교적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리비아,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면서도 서방에 대응해 종종 협력하는 터키와 러시아의 '미묘한' 관계도 10대 분쟁에 거론됐다. 필요에 의한 양국의 협력이 약화하는 일이 벌어지면 여러 전선에서 두 나라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의 10대 분쟁 가운데 기후변화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말리 대표는 "같은 기후 조건에서도 지역에 따라 폭력의 양상이 달라 전쟁과 기후 변화의 상관관계는 단순하지도 선형적이지도 않다"라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비상한 대책이 없다면 이와 연관된 무력 분쟁은 앞으로 수년 안에 증가하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라고 우려했다.
또 "기후변화와 같은 초국가적 위험이 우리가 선정한 분쟁 명단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기온이 0.5℃ 높아지는 지역에선 무력 분쟁 위험이 10∼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뭄으로 수자원과 식량이 부족해지자 무력 충돌이 벌어진 나이지리아,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예로 들면서 아시아, 남미, 중동도 유사한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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