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H, 배민 인수하려면 반년 내 요기요 매각하라" 명령
DH-우아한형제들 결합 '조건부 승인'…요기요 현재 상태 유지 명령도
점유율 99% '2강' 합치면 소비자·음식점 손해 우려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과 DH의 한국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각각 국내 1위, 2위 배달앱이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청했다. 당시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천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28일 DH가 DHK 지분 100%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하는 조건을 달고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즉 DH가 배민을 인수하되 요기요는 팔아 국내 배달앱 '2강 경쟁 구도'는 유지하라는 의미다.
다만 6개월 내 매각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DH가 DHK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요기요를 다른 배달앱과 합쳐선 안 되고 전환·유인 등을 시도해서도 안 되며 배달앱 연결과 화면 구성 등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을 변경할 수 없고 소비자 프로모션 금액도 매달 1년 전과 동일하게 투입해야 하며 배달원 근무 조건도 예전보다 불리하게 설정해선 안 된다. 음식점과 소비자 등과 관련해 그간 쌓은 데이터(정보자산)를 옮기거나 공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공정위 사무처가 이런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DH에 발송하자 DH는 공정위 사무처의 방침에 반발해 이의 제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원들은 사무처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특정 사업 부문 전체 매각을 조건으로 둔 것은 극히 드물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배달앱 '2강'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음식점, 배달원 등의 이익은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9.2%로 압도적이다. 2019년 거래금액 기준으로 배민이 78.0%, 요기요가 19.6%, 배달통(DH 소속) 1.3%, 푸드플라이(DH 소속) 0.3% 등이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츠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 기준으로는 5% 미만이라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해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도 축소되고, 기존 입점 음식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민과 요기요가 그간 쌓은 이용자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효율 마케팅을 하면 다른 경쟁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음식 배달대행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결합한 뒤 자사 배달대행 서비스 이용 음식점을 우대할 경우 다른 배달대행 업체의 주문 확보가 어려워져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단순 주문중개만 하는 배달앱과 음식점들의 배달대행 업체 선택 가능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유주방 시장 역시 자사 공유주방 입점 음식점에 노출 순위나 수수료를 우대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결합시 주문 밀도가 상승해 배달 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경쟁 제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한 주장을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달원 1인당 배달량이 늘어 배달 시간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고, 배달 시간 단축은 자체배달 확대나 배달원 증원 등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효과라는 이유에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복합적으로 미치는 다면적인 경쟁제한적 우려는 해소하면서도 회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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