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우울한 크리스마스…코로나에 '집콕'·온라인 예배
경기 침체로 선물도 줄어…"인내를 갖고 받아들일 수밖에"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크리스마스크다."
케냐의 한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해 야간 통금이 실시되고 교회 철야 기도 등이 금지되는 등 방역 대책이 강화되자 이렇게 보도했다.
가족이 모이고, 식사를 함께하는 성탄절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번에는 사라지고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파트리샤 해거(60)는 미 노스다코타에 거주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아침으로 캐러멜 롤을 배달시켜 줬고, 자신도 훈제 연어나 쿠키 등을 받았다.
해거는 "올해 크리스마스의 사랑은 문 앞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며 "내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모두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마다 성베드로성당 2층 발코니에서 수만 명을 상대로 성탄절 축사를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성당 안에서 축사를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전 세계에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재계와 각종 기구 대표들에게는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이 먼저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탈리아 여행은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 때문에 사실상 전부 사라진 상황이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는 과거와 같이 종이 울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국제공항을 봉쇄하고, 팔레스타인 역시 웨스트 뱅크 지역에 도시 간 이동을 금지함에 따라 방문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명 발생하자 경계 단계를 높이고, 교회의 성탄절 미사를 긴급 중단했다. 성탄절 당일에는 무증상 감염자 2명이 확인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성탄절 선물도 줄어들었다.
뉴저지에 거주하며 학교 급식 일을 하던 로빈 시프니스키(58)는 그동안 두 차례 일시 해고가 됐고 현재는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 환경미화원인 남편은 다음 주 퇴직을 앞두고 있고, 게다가 딸은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시프니스키는 지난해 딸에게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팔찌를 선물했으나 올해는 잠옷을 선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급여도 줄었는데 이달과 다음 달 내야 할 청구서는 많아 어렵다"고 토로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데니스 아브레우는 건설직에 종사하다 직업을 잃고 택시 기사로 취업해서 한 달 내내 밤새워 일하며 고작 300달러를 번다고 한다.
아부레우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열심히 일하고,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교회 예배도 모두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의 한 성당은 평소 3천명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올해 성탄절에는 130명만 참석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참관했다.
또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19가 발견된 뒤 프랑스로 넘어가는 도버항이 막히자 수천 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는 군인까지 동원해 코로나19 검진 속도를 높이고, 음식을 나눠줘야 했다.
콜롬비아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성탄절 연휴 동안 고향을 방문하려던 베네수엘라인들은 발길을 돌렸다.
학생들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귀가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영국 더비대학의 한 학생은 크리스마스에는 보통 집에서 가족과 보냈지만, 이번에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염려해 학교에 머물기로 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노팅엄 트렌트 대학에서 공부하는 에밀리 호 역시 겨울 방학이면 말레이시아의 집에서 한달 간 보냈지만, 이번에는 영국에 머물기로 했다.
스페인 북부 요양시설에 입소한 70명의 거주자는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또는 투명 유리를 사이에 두고 30분간 면회만 허용됐다.
어머니와 면회했다는 메르세데스 아레훌라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라며 "이제는 인내를 갖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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