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해킹 주범은 러시아" 지목했는데…트럼프 "가짜뉴스"
"가짜 미디어가 부풀려" 러시아 두둔…"中 가능성은 거론 안 하나"
美매체 "러 비난에 조심스러운 패턴 그대로"…美 주요 부처 다수 해킹당해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정부 기관 등에 대한 최근의 해킹 사태와 관련해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졌다면서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는 미 주류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주무 기관 책임자들까지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언급까지 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이버 해킹은 실제보다 가짜뉴스 미디어에서 훨씬 더 크다"면서 "나는 완전히 보고받았고, 모든 것은 잘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는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최우선 구호"라며 "대부분 재정적인 이유로 레임스트림(Lamestream) (미디어)는 중국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발(發)로 드러나고 있는 정부 기관 해킹 사태가 미국 주류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있고, 이들이 무조건 러시아부터 걸고넘어진다는 인식이다.
나아가 중국이 해킹의 배후일 수 있는데 중국 자본에 좌우되는 미국 주류 언론이 이를 거론하기 꺼린다는 음모론까지 내세운 셈이다.
'레임스트림'은 각각 '절뚝거리는'과 '주류'를 뜻하는 영어 '레임(lame)'과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합성어로 트럼프가 주류 언론을 모욕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대다수 언론이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하자 "언제부터 레임스트림 미디어가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을 호명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두둔 트윗은 이번 해킹 사태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라디오 방송 '마크 레빈 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연방정부와 민간 부문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첩보활동의 배후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분석 중이고 그중 일부는 기밀이어서 더 말할 수 없지만, 미국 정부 시스템 내부에 코드를 심기 위해 제3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는 상당한 노력이 있었고, 전 세계 민간 기업과 정부 시스템에도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활동이었고, 여기에 관여한 것은 러시아인들이라는 것을 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해킹 공격의 배후라는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국자의 평가를 무시하고 해킹의 영향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에너지부, 국립보건원 등 미 핵심 부처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등 민간기업도 러시아가 배후인 것으로 알려진 해킹 공격에 뚫리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지난 17일 경보 공지문을 통해 해킹이 늦어도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고,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그 배후로 러시아를 콕 집어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두둔은 그가 사이버 위협을 놓고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조심해왔던 그간의 패턴을 따른 것이라고 더힐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신의 캠프를 돕기 위해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으며, 때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음모의 배후라는 미 정보기관의 압도적인 평가를 일축하기도 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조작 선거 주장을 이어가면서 공화당이 끝까지 싸울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트윗에서 "그(바이든)는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다. 6개 모든 경합 주에서 많이 졌다"며 "그들은 주마다 수십만 표를 던져넣었고, 들켰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 공화당 정치인들은 위대한 승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 나약한 바보가 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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