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LA폭동 후 개설 경찰서 폐쇄 위기…한인사회 '발칵'
인종차별 시위·코로나 사태로 예산 삭감…'올림픽 경찰서' 존폐 기로
한인들 "청천벽력" 치안 공백 우려…모금 등 경찰서 존치 운동 전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치안을 책임져온 현지 경찰서가 폐쇄 위기에 놓였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9일(현지시간) LA 한인상공회의소와 한인회 등에 따르면 LA 경찰국(LAPD)은 최근 예산 삭감 조치 때문에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 경찰서'의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입장을 한인사회에 통보했다.
마이클 무어 LAPD 국장은 지난 17일 한인사회 대표 등 아시아태평양계 주민들과 가진 온라인 치안 간담회에서 올림픽 경찰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올림픽 경찰서 폐쇄 위기는 올해 미국을 강타한 두 개의 굵직한 사건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되면서 미국 전역에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 여파로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찰 개혁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했다.
LA시도 지난 7월 LAPD 예산 가운데 1억5천만달러(1천649억원)를 삭감한 데 이어 추가로 5천만달러(549억원)를 깎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LA시 재정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경찰 예산 추가 삭감을 검토하는 주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LAPD 무어 국장은 간담회에서 경찰 예산이 추가로 깎인다면 경찰 인력 구조조정과 일부 경찰서 폐쇄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LA 경찰은 현재 산하 21개 경찰서 중 올림픽 경찰서를 비롯해 가장 최근에 개소한 경찰서 3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A 경찰은 경찰서 폐쇄 등 예산 삭감안을 마련해 내년 1월 LA시에 보고하고, LA시는 내년 7월까지 최종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사회는 1992년 LA 폭동 사태를 겪은 뒤 코리아타운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서 신설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했고, 2009년 1월 올림픽 경찰서를 유치하는 결실을 이뤘다.
하지만, 올림픽 경찰서가 개소 11년 만에 없어질 수 있다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사회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인단체들은 올림픽 경찰서 존치를 위한 비상 대책기구를 하루 만에 꾸렸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강일한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한인타운은 LA에서도 안전하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며 "올림픽 경찰서가 없어진다면 한인타운에 큰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LA 한인회도 성명을 내고 "올림픽 경찰서 폐쇄 위기는 한인사회에 큰 충격이 되고 있다"며 "올림픽 경찰서가 없어진다면 이는 한인커뮤니티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인회는 LA시와 시의원을 상대로 청원 운동을 펼치고, 올림픽 경찰서 재정을 지원하는 모금에 나서기로 했다.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둔 마크 리들리 토머스 LA 시의원도 성명을 내고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올림픽 경찰서를 폐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인타운 상인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한 식당 주인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상황에서 한인타운 치안마저 불안해진다면 손님이 더 끊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한인은 "코리아타운은 LA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인구 밀도가 높고 아파트 등이 새로 들어서면서 주거 인구가 더욱 늘고 있다"며 "오히려 경찰 인력 증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주 LA 총영사관은 올림픽 경찰서 존치를 위한 외교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LA 경찰 예산 삭감과 경찰서 폐쇄는 LA시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올림픽 경찰서 폐쇄는 재외국민 보호와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외교 채널을 총가동해서 경찰서가 존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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