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보인 '충복'도 결국…트럼프, 법무장관 사실상 경질(종합2보)
트럼프, 바이든 선거인단 과반 확보 직후 "성탄절 전 물러날 것" 트윗
'대선사기 증거 못 찾아' 발언·바이든 차남 수사 비공개 조치로 갈등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 중 충복으로 꼽혔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선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편들지 않았다가 미움을 사면서 사실상 막판 경질된 것이다. 바 장관의 소식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공식 선출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후 트위터에 "바 장관과 방금 백악관에서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우리의 관계는 아주 좋은 것이었으며 그는 훌륭하게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바 장관이 가족과 연휴를 보내기 위해 성탄절 이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면서 제프리 로젠 법무부 부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자의 바 장관 사임 서한도 트위터에 첨부했다. 바 장관은 서한에 "논의한 대로 나는 다음 주에 몇몇 남은 중요한 문제를 정리하고 12월 23일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바 장관은 대선 사기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계속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서는 "가차 없고 완강한 저항 속에서도 이뤄냈기 때문에 당신의 기록은 더욱더 역사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바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 중 충복으로 꼽혀왔다. 2019년 4월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를 유리하게 왜곡 발표했다는 비난도 감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당시 로버트 뮬러 특검이 바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수사결과의 맥락과 성격, 실체를 완전히 포착하지 못했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 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 취하 결정으로 반발을 샀다. 전직 당국자 2천명이 공개서한으로 바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결을 달리하는 행보로 둘 사이가 점점 벌어졌다.
이달 초 AP통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공격해온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에 대한 수사를 알고도 대선 기간에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경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회의에서 바 장관 관련 보도에 대해 크게 화를 내며 교체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 장관의 거취를 놓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보도와 임기 종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보도가 엇갈리는 등 관심이 집중돼 왔다.바 장관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초대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가 경질되고 2019년 2월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고위 참모가 잇따라 나올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한 바 있다.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도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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