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 잘란] 플라스틱 음료 상자 1천 개로 만든 이슬람 예배당
인도네시아 모스크는 마을 회관 역할…규모·형태·색 제각각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 예배당은 수도 없이 많지만, 플라스틱 음료 상자로 만든 곳은 여기밖에 없잖아요."
지난 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남부 땅그랑 빈따로의 '끄분이데'(Kebunide)에는 플라스틱 음료 상자 1천여 개로 만든 무솔라(Mushola)를 구경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끄분이데는 '아이디어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넓은 마당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작년 10월 현지 건축가들이 실험정신을 발휘해 1천28개의 플라스틱 음료 상자로 무솔라를 만든 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기도하려는 방문객이 오면서 명성을 얻었다.
규모가 큰 독립된 이슬람 예배당은 모스크라 부르고, 건물·공공장소 등에 있는 작은 예배당(기도실)을 무솔라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맞춰 끄분이데를 방문한 올리비아(42)씨는 "친환경적으로 만든 예배당이 여기에 있다는 얘길 듣고 친구와 같이 왔다"며 "이런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말했다.
음료병이 담겼던 빨간색과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예배당은 41㎡ 규모다.
기도를 위한 공간은 물론 손을 씻는 곳과 신발장까지 모두 플라스틱 상자로 이어졌다.
이슬람 예배당에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에 상징물은 없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하도록 처음부터 지어진다.
대형 모스크의 벽에는 '알라'와 '무함마드' 또는 '알라 외 다른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라는 신앙고백(샤하다)이 적혀 있다.
플라스틱 상자로 만든 예배당은 사방의 모양이 같기에 메카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무스띠(17)군은 "누구나 편하게 기도할 수 있다"며 기도용 매트를 바닥에 깔고, 벽에 걸린 살롱(남녀 구분 없이 허리에 둘러입는 민속의상)을 입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는 국교가 따로 없지만, 2억7천만 명 인구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
그렇다면, 전국에 모스크와 무솔라는 몇 개나 있을까.
안선근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학교 교수는 "셀 수 없이 많다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인도네시아 전역을 읍면 동리로 구분한다 치면, 리(里)마다 4∼5개의 모스크가 있고, 무솔라는 규모가 되는 건물마다 있다"며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모스크는 마을회관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부유한 사람이 땅을 내놓거나,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스크 용지를 마련하면 건축물의 규모와 형태, 색깔은 제각각이다.
자카르타 남부에서 끄분이데까지 30분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 대략 스무 개가 넘는 모스크를 봤는데, 흰색·푸른색·연두색, 황금색 등 건물색이 모두 달랐다.
주로 사용되는 돔 모양의 지붕과 뾰족한 첨탑은 아랍권 건축 양식에서 왔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모스크는 24시간 개방돼 있다.
하루 다섯 차례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쿠란(이슬람 경전) 교육이 이뤄지거나 시원한 대리석 바닥에 낮잠을 청하는 사람까지 주민들 누구나 함께 하는 공간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플라스틱 상자 예배당처럼 독특한 모스크와 무솔라를 찾아가 기도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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